민주통합당은 한·미 FTA 폐기를 4월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 지도부가 8일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 정부에 보낸 것은 그 신호탄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경선 과정에서 약속한 당론이므로 총선 주요 공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FTA 쟁점화가 총선에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20·30대 젊은층과 농촌 등에서는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라며 "대도시와 보수층에선 역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잃는 표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했다.

또 한·미 FTA는 단순한 통상조약이 아니라 여야와 보수·진보를 가르는 이념 지표의 성격이 짙다. 당 관계자는 "한·미 FTA는 진보층이 자신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유종일 당 경제민주화 특위 위원장은 "한·미 FTA는 경제적 양극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양극화를 가중시키고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서민층도 공감할 정치 쟁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나꼼수 등 당 밖의 좌파 매체와 단체들이 'FTA 감시조'를 운영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이들의 반발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통합진보당 등과의 총선 연대에도 한·미 FTA는 중요하다. 통합진보당 등이 이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연대와는 별개로 작년 말 민주통합당을 새로 만들면서 대거 영입된 장외 단체와 친노 진영은 통합진보당 못지않게 한·미 FTA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역풍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인사는 "외교 관례를 깨고 한·미 FTA 폐기 서한을 보낸 것은 득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는 진보층을 결집하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등 돌린 중도·보수층을 (여권 지지로) 다시 점화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원죄론'도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다. 정책위의 한 인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협정을 맺었는데 뒤늦게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설득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