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피 아수(Guapi Assu).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70㎞ 떨어진 대서양 연안의 열대우림 지대다. 나무늘보·오실롯·퓨마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의 안식처였지만 개발 광풍에 하루가 다르게 황무지로 변해가자 최근 들어 복원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땅 5㏊가 3월 21일 특별한 이름을 가진 숲으로 탄생한다. '서태지 숲'(Seotaiji Forest)이다. 올해 서태지의 가요계 데뷔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2년 전부터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벌여온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는 것이다.

'서태지 숲'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2010년 1월. 온라인 서태지 팬클럽 중 하나인 '태지매니아' 회원들끼리 서태지의 데뷔 20주년 기념행사를 논의하던 중 누군가 "기왕이면 지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하자. 환경파괴가 심한 곳을 '서태지 숲'으로 가꾸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회원들은 즉각 호응했고 전담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이어 그해 7월 영국에 본부를 둔 환경보호단체 '월드 랜드 트러스트'(World Land Trust)와 '서태지 숲 만들기'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월드 랜드 트러스트가 서태지 팬들의 기부금을 과피 아수 지역의 환경단체 REGUA에 전달하면 REGUA가 그 돈으로 나무를 사 서태지 이름으로 된 숲을 가꿔 데뷔 20주년인 2012년 봄 개장한다는 내용이었다.

태지매니아 측은 기금 모금을 위해 다른 서태지 팬사이트와 공동으로 '서태지 숲 사생대회' 등 홍보행사를 열고 서태지 인형 경매 등의 이벤트도 벌였다. 다양한 경로로 소식을 전해 들은 팬들이 수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기부했다. 당초 목표액은 5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31일 마감 결과 목표액의 8배 가까운 3867만여원이 모였다.

서태지 숲 기증 소식은 브라질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REGUA 측은 지난해 5월 사무실 라운지에 '뮤지션 서태지의 마니아가 지구를 위해 만든 숲'이라는 한글 글귀가 쓰인 서태지의 대형 사진과 서태지 숲 소개 액자를 내걸었다. REGUA는 또 지난해 6월 소식지에 "서태지 팬클럽 등의 도움으로 나무를 2만7500그루 심었고, 조림 사업은 이보다 더 성공적일 수 없으며,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서태지의 소속사인 '서태지 컴퍼니' 측은 "서태지 숲 프로젝트는 우리와 무관하게 100% 팬들의 힘으로 진행돼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서태지씨도 팬페이지를 열람해 숲 조성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태지는 1992년 봄 '난 알아요'가 수록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으로 가요계에 데뷔해 한국 대중문화의 틀을 바꾼 아이콘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