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중1'. 요즘 학교 폭력과 관련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에 대해 학부모들은 보통 '사춘기를 겪으며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진 2~3학년 학생들이 주로 저지르는 것'이라고 믿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와 교사들은 "중1이야말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가장 많이 오가는 때"라고 지적한다.

부산의 중학교 1학년 김모(14)군은 지난해 2학기부터 '욕설을 섞어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물건을 숨겨두고 김군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거나 욕하고 물건을 빼앗았다.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군의 부모가 가해학생을 만나 타일렀지만 소용없었다. 이후 가해학생들은 스마트폰 채팅에서 "(김군) 부모 별것 아니더라 ㅋㅋ" "너는 안 괴롭힌 걸로 해줄게" 같은 말을 태연히 주고받았다.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경기도의 중학교 A교사는 "요즘 중1들은 왕따(집단 따돌림)나 빵셔틀(빵 심부름 등을 시키며 괴롭히는 일) 같은 학교폭력의 '기본 유형'들을 이미 초등학교 때 습득하고 온 아이들"이라며 "입학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폭력조직을 결성하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20년 전에는 학교폭력 상담 건수에서 고등학생이 6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중학생이 절반을 넘어섰고 초등학생도 30%나 된다"며 "중1은 입학하자마자 주먹 순으로 서열을 정하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기"라고 했다.

'또래 문화'가 중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한 중1에서는 따돌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서울의 이모(15)군은 2년전 중1 때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다가 2학기부터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이들과 거리를 뒀기 때문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이군에게 욕을 하고 몸을 툭툭 치는가 하면, 학교 '일진'에게 부탁해 이군을 화장실로 끌고 가 라이터로 불을 켜 위협하기까지 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2008년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에서 '중1 때 처음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학생들이 22.5%로 중2(7.8%)의 3배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1315세대(13~15세 청소년)'는 폭탄(Bomb)의 첫 글자를 따 'B세대'라고 부를 정도로 신체·감정 변화도 심하고 휴대전화 등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며 "초등학교 때 시작된 왕따 폭력이 중학교 1학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부모와 교사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점점 저(低)연령화되면서 초·중·고교 시절 가운데 중1이 '폭력의 질풍노도기(期)'가 된 셈이다. 왕따 폭력을 경험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져 몇 년 내로 학교 폭력의 중심축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청소년의 신체적 발육이 왕성해지면서 사춘기가 빨라지고 인터넷과 게임 등을 통해 폭력 문화를 접하는 연령도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