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의 표명과 조문사절단 파견 여부에 대해 정부·여당이 고민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 진보 성향 단체들은 조문사절단 파견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보수 정당·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처럼 좌우간 이념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정일 조문' 주장하는 야권

민주통합당은 1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문사절단 파견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고 오종식 대변인이 밝혔다. 다만 조문단 파견 여부는 정부·여당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북한이 조문단과 조전을 보내온 만큼 정부 주도로 조문단을 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조문단을 보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비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조문단이 가야 한다"고 했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2009년 남편이 서거했을 때 북이 조문단을 보낸 만큼 우리도 조문을 하는 게 도리"라고 했다.

노무현재단은 "정부에 요청해 조의 전문을 보내겠다"고 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지금 같은 급변사태에서 조문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생전의 공과(功過)와는 관계없이 죽은 사람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은 동양의 윤리적 전통"이라고 했고, 참여연대도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며, 김일성 주석 사망 전후 발생했던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는 반대…정부는 고민

그러나 자유선진당 문정림 대변인은 "조문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고, 보수 단체인 라이트코리아도 성명을 통해 "종북 세력이 조문을 간다고 하면 정부가 절대 불허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총연맹은 "조문과 관련한 국론분열이 우려된다"고 했다.

1994년 김 주석이 사망했을 때 당시 민주당 이부영 의원은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 김일성 조문 여부를 정부에 타진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재야인사들과 한총련 대학생들은 평양으로 조문단을 보내고 자체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정부는 이를 불허하고 분향소를 폐쇄했다. 이에 북한은 "남조선 당국과 어떤 대화와 협력도 하지 않겠다"고 반발, 남북관계가 냉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당 내에서도 조문론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은 이날 협의를 거듭했지만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는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의 표시에 대해 청와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고, 통일부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조문단을 파견하면 남북관계와 긴장 완화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조문단을 보내는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 등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조의를 표해야 한다"고 했고, 원희룡·권영세 의원도 조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이제 1년여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은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은 이날 박 위원장을 찾았지만 결론을 못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문문제는 아직 논의 중이며 미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