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정책 쇄신만으로는 국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인적 쇄신도 해야 한다"며 "만일 쇄신을 위해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하자고 뜻이 모아지면 기득권을 다 포기할 각오가 돼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과 4선(選) 이상 중진들의 연석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자꾸 남들에게 쇄신 대상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당연히 국회의원을 계속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한 참석자는 "홍 대표가 '나도 국회의원 4선이나 했다. 당을 위해 헌신할 기회가 오면 (나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돼 있다'고도 했다"며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일 한나라당의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나도 국회의원 4선이나 했는데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전날 열린 쇄신 연찬회에서 '대표직 재신임' 카드를 던진 데 이어 자신을 포함한 중진들이 내년 총선 공천 때 기득권을 포기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꺼낸 것이다.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29일 쇄신 연찬회 이후 지도부 교체론이 일단 잠복하게 됐지만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등 일부 소장파에서 여전히 "당 쇄신을 위해선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역공(逆攻)으로도 읽힌다.

홍 대표는 "나부터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돼 있을 때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며 "희생하는 자세 없이 자꾸 상대방에 대한 비판만 해대지 말라. 국회의원 4년 이상 했으면 모두 (공천에서) 재심사 대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참석자는 "자기희생 없는 쇄신론을 비판하는 동시에 초선부터 중진 의원까지 모두 '쇄신 대상'으로 올려놓은 것"이라며 "홍 대표가 생각하는 쇄신의 폭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일부 의원들의 얼굴이 심하게 굳어졌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다만 "인적 쇄신문제는 정기국회 예산 처리 직후에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며 "예산 국회를 마칠 때까지 공천과 인적 쇄신문제는 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것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버릴 자세로 당 쇄신작업을 해나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