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여행사 익스피디어의 콜센터에 문의 전화를 걸면 동남아 억양의 직원이 전화를 받는다. 익스피디어는 필리핀 마닐라 부근에 콜센터를 두고 있다. AT&T·IBM·JP모건체이스 같은 회사들의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필리핀에서 응답한다. 뉴욕타임스는 필리핀이 인도를 넘어선 새로운 '콜 센터 수도'로 떠올랐다고 26일 보도했다.
필리핀 '연락 센터 연합'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의 콜센터 인력은 약 40만명으로 전체 인구가 10배 많은 인도의 35만명을 올해 추월했다. 필리핀의 콜센터 월급(초봉 약 300달러·약 35만원)이 인도(250달러)보다 높은데도 미국 기업들이 필리핀을 선호하는 이유는 한때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인들의 영어를 고객들이 더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필리핀의 콜센터 성장률은 연간 약 25~30%로 인도(10~15%)보다 훨씬 빠르다.
필리핀의 상담자들은 어려서부터 미국식 영어를 배우고 맥도날드·메이저리그 야구 같은 미국 문화에 익숙하며 '프렌즈' 등 미국 시트콤을 즐긴다. 반면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사람들은 영국식 발음과 숙어를 공부하고 야구 대신 크리켓을 즐기는 등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전력(電力)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대중교통이 발달해 직원용 셔틀버스나 숙소를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필리핀의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콜센터를 인도나 필리핀 같이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대거 이동했다. 이 때문에 "상담자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게 접수된다. US에어웨이스·델타 등의 항공사는 급박한 순간에 영어를 못 알아들어 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고객들의 불만 때문에 필리핀과 인도에서 미국으로 다시 콜센터를 옮겼다. 미국 콜센터 직원의 연봉은 필리핀의 5배인 약 2만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