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한나라당은 16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합의처리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전날 제안을 거부한 민주당을 일제히 비판하면서, 비준안 단독 처리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양국의 책임 있는 분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상한다고 하면 그걸로 끝난 거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것도 못 믿고 미국 장관의 서명을 받아오라는 민주당을 비난한 것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민주당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믿지 못하고 미국 장관은 믿는다는 것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면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결례의 도를 넘어 모욕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한미 FTA 비준 후 ISD 재협상’제안을 거부하자“국회 절차에 따라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재선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FTA를 처리하기로 (재선 의원들과)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전날 만난) 3선 이상 의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17일부터 22일까지 초선 의원 90여명도 만나 단독 처리에 필요한 당내 전열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오는 24일을 한·미 FTA 비준안 처리 'D-데이'로 잡고 다음주 초쯤 국회 외통위 표결을 시도하는 방안을 1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다음 달 2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FTA에 이어 예산안까지 두 번이나 '여당 단독 처리'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12월 초에 FTA와 예산안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 국회는) 의회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을 향해 '이젠 더 기다리지 말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내에선 민주당이 ISD 폐기 또는 유보에 대한 한미 장관급 합의서를 요구한 데 대해 "사대주의(事大主義)에 젖은 발상"이란 비난도 나왔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과의 마지막 타협 시도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몸싸움 방지 모임' 소속인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도 "홍 대표가 궐기대회식으로 (표결 처리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합의 처리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절충을 모색했으나 의견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는 이와 함께 홍준표 대표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직접 담판을 시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대야협상권을 갖고 있는 황 원내대표로부터 전권을 건네받아 당 대표 간 회담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막판 타결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