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라퀼라 지역.

2009년 이탈리아 대지진에서 무려 308명이 죽고 1만1000채의 건물이 붕괴한 것과 관련, 7명의 이탈리아의 지진학자들이 기소됐다.

통상 지진이 발생하면, 비난할 대상은 '자연(自然)'밖에 없기 마련. 그러나 그 해 지진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특히 좋아하는 유서깊은 도시 라퀼라가 박살 나자, 2년 뒤 7명의 이탈리아 지진 분야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과실 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이들 과학자가 부정확하고 불완전하고, 모순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탓에, 이런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지진 발생을 제대로 예고했더라면, 최악의 참상은 피할 수 있었고 주민들이 대비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라퀼라 대지진은 이후 복구 과정과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시위와 반발이 계속됐었다. 대지진 때 숨진 55명 학생의 유가족들은 학교 건물 붕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밝히라며, 그해 9월 로마에서 시위를 벌였다.

1년 뒤에는 라퀼라 주민 약 5000명이 중앙정부의 지원 미비, 복구 지연에 항의해 로마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라퀼라 복구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참사의 책임이 이들 지진학자에게 있다고?
지진학자들은 "정확한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010년에 전 세계 5200여명의 과학자가 이들 7명의 무혐의를 촉구하며 청원서에 서명해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보냈다.

그러나 '예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라퀼라에 6.3 규모의 지진이 닥치기 한 달 전쯤에 지암파올로 줄리아니라는 이름의 연구소 기술자가 라돈 측정을 통해서 '주요 지진이 이탈리아 중부에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그의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지 못하게 했고, 인터넷에서도 삭제됐다. 라돈 측정은 지진 예측에 있어서 성공률이 별로 높지 않았고, 실제로 지진학계에서 많이 쓰는 방식은 아니다. 줄리아니의 연구는 또 몇몇 주요한 정보들이 결여돼 있었다고 한다.

줄리아니의 예측이 있자, 이탈리아의 '거대 위험 위원회'측은 실제 라퀼라 대지진 발생 1주일 전에 발표한 성명에서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발생할 것 같지 않다(improbable)"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줄리아니의 '과학성이 결여된' 지진 예고를 뒤엎는 성명을 냈던 이 위원회 소속 과학자들이 '애꿎게' 결국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