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와 함께 뉴욕 양키스의 '살인 타선'으로 불렸던 1루수 루 게릭이 1939년 은퇴식 마이크 앞에 섰다. "팬 여러분, 지난 2주 동안 제가 앓고 있는 병에 관해 들으셨겠지요. 하지만 오늘, 저는 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게릭이 마이크를 놓친 채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휘청거리자 루스가 다가와 그를 껴안았다. 팬들은 아직도 이 연설을 줄줄 왼다.

▶36세에 역대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게릭은 12년 연속 3할대 타율과 '시즌 40홈런 이상'을 5번이나 달성했다. 그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은퇴한 지 2년 만에 숨을 거뒀다. 양키 스타디움 외야 중앙에 기념비가 서 있다. '한 남자가 있었다. 예의 바른 신사였다. 누구나 놀랄 만한 2130경기 연속 출장기록을 세운 이 위대한 선수는 영원히 기록되리.' 그의 별명이 '무쇠 말(Iron horse)'이었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혼자 4승을 거두며 롯데를 정상에 올려놓았던 '무쇠 팔' 최동원이 어제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두 달 전인 지난 7월 경남고-군산상고 '레전드(전설) 매치'에 나왔을 때 수척한 모습이긴 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던 최동원이었다. '영원한 3할 타자'로 불렸던 장효조가 타계한 지 일주일 만에 들려온 소식이라 팬과 야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최동원은 1970년대 경남고 투수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20개)을 세워 이름을 알렸다. 연세대를 거쳐 81년 실업야구 롯데에 입단한 첫해 17승1패의 경이로운 성적으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지금도 팬 투표에서 선동열과 함께 역대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투며 전설로 남아 있다. 한 시즌 위대했던 선수는 많지만 오랜 세월을 이겨낸 '전설'은 드물다.

▶미국 스포츠지 스포팅뉴스는 '역대 최고(best-ever)'를 뽑을 때 전설이 되기 위한 조건을 따진다. 첫째는 기록이지만, 평판도 중요하다. 통산 최다안타 4256개를 때린 피트 로즈는 도박을 한 죄로 명예의 전당은 꿈도 못 꾼다. 루스는 술꾼이었지만 기부 천사로 평판이 높았고 역대 최다승에 빛나는 사이 영은 지금도 '사이영상(賞)'으로 살아 있다. 최동원 같은 선수를 어떻게 빛나는 전설로 세워 갈지 출범 30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에 숙제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