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리비아 독재의 상징 '카다피'는 지금 어디 있을까.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최후거점이자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가 대부분 반군의 손에 넘어갔다. 21일(현지시각) 반군은 트리폴리 도심 녹색광장을 장악했으며, 이날 밤 시민들은 축포를 쏘아대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카다피의 사진은 불태워졌다.
반년 넘게 리비아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온 리비아 반군 세력의 승리가 임박한 가운데,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로의 '최후의 결전'만이 남은 상황. 하지만 카다피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카다피, 이미 알제리로 도주?
"저는 카다피가 이미 (리비아와) 알제리 국경선 인근으로 이동했을 것이라 믿지만, 카다피의 소재(所在)에 대한 소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NTC) 대변인 마흐무드 샴만(Mahmoud Shammam)은 “소문이 많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이미 카다피가 트리폴리의 벙커에서 나와 알제리 쪽으로 피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2일 보도했다. 샴만 대변인은 “(카다피가 외국으로 도피했을 수 있지만) 카다피와 그의 가족을 외국이 아닌 리비아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란다”며 “카다피를 붙잡는다고 해도 길거리에서 처형하는 일 없이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튀니지 망명 준비설(說)
하지만 미국 정보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19일 미국 NBC뉴스는 정보원 보고를 받은 고위 관리를 인용, "카다피가 그의 가족과 함께 수일 안에 튀니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니지는 알제리와 함께 리비아와 서쪽 국경을 마주한 이웃나라다.
튀니지는 리비아 내전이 격화됐던 지난 5월에도 카다피의 부인과 딸이 도피한 장소로 소문이 난 곳이다. 하지만 카다피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前) 튀니지 대통령이 ‘재스민 혁명’에 의해 이미 권좌에서 물러난 데다가, 새 튀니지 정부는 리비아 반군 세력을 인정했기 때문에 카다피 망명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카다피가 아예 앙골라나 짐바브웨 등 제3의 아프리카 국가나 중동의 아랍국가로 망명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아프리카 연합이 카다피에게 앙골라나 짐바브웨로 망명할 것을 권유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리비아 현지 독립 방송에선 ‘카다피가 겁쟁이처럼 도주했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카다피가 이미 리비아를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중동 국가 중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카다피가 망명을 갈 대상국 후보로 거론된다. 그간 사우디가 아랍국에서 축출된 지도자에 관대한 입장을 보인 나라였기 때문이다. 퇴진 압박을 받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지난 6월부터 사우디에 체류하고 있다.
◆카다피, "세상이 끝날 때까지 트리폴리에서…"
공식적으로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카다피가 아직 트리폴리 지하 벙커에서 남아있으며, 앞으로도 외국으로 피신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카다피 스스로도 21일 리비아 국영TV 녹음 연설에서 "우리는 결코 트리폴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트리폴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트리폴리는 떠났지만, 자신의 고향인 리비아 시르테나 남부 사막 기지에 숨어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20일 리비아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 작전이 시작됐을 때 공개된 카다피 육성 녹음메시지의 통화 음질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