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분리 내지는 폐지를 검토하던 금융감독원 내의 제재심의위원회 및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이 금감원에 그대로 남기로 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TF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종합대책보고서를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융감독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5월 정부가 TF를 출범시켰으나 이로써 금감원 개혁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말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예고된 결론"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불과 2~3개월의 논의로는 근본적인 개혁안을 만들기도 어려운 데다, TF의 정부측 위원(6명)들과 대학교수들인 민간위원(7명)들이 알력 다툼을 벌이느라 생산적인 논의를 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축은행 사태로 비난이 쏟아지자 여론 무마용으로 TF가 등장했다가 이렇다 할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 채 퇴장한 꼴이 되고 말았다.

TF 멤버들 석 달 내내 내부갈등

TF는 출범과 동시에 내부 불화가 시작됐다. 정부측 위원들은 시간이 부족하다며 금융감독원 개혁에만 논의를 국한하자고 했고 일부 민간위원들은 금융감독 체계 전반을 뜯어고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맞섰다. 일부 민간위원들은 "겨우 금감원 직원 비리 방지책 정도나 논의하자고 경제 전문가들을 불렀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6월 말 민간위원인 김홍범 경상대 교수가 "정부측 들러리가 되기 싫다"며 사퇴했고 민간측 공동위원장인 김준경 KDI 교수도 비슷한 이유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이 바람에 김준경 교수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웠다. TF는 당초 6월 말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발표를 8월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결국 TF는 불성실하게 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징계를 강화하겠다는 등의 비리 방지책은 마련했지만 한국은행과의 공동조사권 허용 여부와 같은 근본적인 개편 방안은 논의조차 못 했다. 조만간 발표할 종합보고서에도 중장기적 검토 사안으로 넘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여론에 쫓겨 짧은 기간에 뭔가 하려다 보니 성과를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은 금감원 뜻대로 유야무야

당초 TF에서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떼어내 따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려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감원의 핵심 기능을 수술하는 논의까지 진행한 것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회사 및 임직원들을 징계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영업정지·인허가 취소와 같은 중징계는 다시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징계 권한을 금융위가 통합해서 일원화하고 금감원은 감독에만 전념하는 게 맞다는 논리로 제재심의위원회 폐지 방안이 논의됐으나 흐지부지된 것이다. 징계를 못하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려 감독 기능이 저하된다는 금감원측 주장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금감원이 극구 반대했다. 전체 조직의 15%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정부측의 한 TF 위원은 "전체 금융시장의 3%에 불과한 저축은행 사안을 두고 금감원을 섣불리 쪼갤 수는 없지 않으냐"며 금감원을 감쌌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이중 감독을 받아야 하는 애로가 생긴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직 보호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안다"며 "결국 TF가 금감원의 자체 쇄신 방안에서 몇 발짝 못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