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은 캐리 트레이드(선진국에서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 해외의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와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투자를 섞는 게 특징이었다. 그런데 올 들어 미국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크게 불거지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이 크게 바뀌고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로존의 주식이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지역으로 자금이 가지 않고,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도 부진하다"며 "대신 미국 주식이나 PIIGS 이외의 유럽 채권으로 글로벌 자금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가 14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증권 자금의 7대 흐름'을 중심으로 올 들어 달라진 글로벌 자금 흐름의 특징을 정리했다.
① 글로벌 유동성 사정은 아직 양호
유럽중앙은행(ECB)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준 금리를 인상했지만 미국·일본 등은 여전히 초(超)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미국 달러 유동성은 지난 5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9.5%가 늘어나 2004년 이후 지금까지의 월별 평균치(18%)를 넘어섰다. 달러가 전 세계에 넘쳐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②주식을 상대적으로 선호
그렇지만 한편으로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가까워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채권보다는 주식에 대한 선호 현상이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 선호가 매우 강한 편은 아니다. 7월 초 톰슨 로이터가 조사한 결과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앞으로 주식 비중을 50.7%에서 51.5%로 확대시키고, 채권 비중은 35.5%에서 35.1%로 축소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③안전자산 입지 흔들리는 미국
이제까지 안전자산으로 가장 선호되는 금융자산은 미국 국채였다. 미국으로의 채권 투자 자금 유입은 2009년 3200억달러에서 작년 7300억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유럽으로 들어가는 채권 투자 자금은 3400억달러에서 1900억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올 들어 4월까지만 보면 미국 채권으로 자금 유입은 1020억달러에 그쳤지만 유럽은 2530억달러에 달했다. 유럽의 금리 인상으로 PIIGS 이외의 유럽 국가 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④유럽 주식은 재정위기의 영향권
반면 주식 투자 자금은 반대로 유럽과 신흥국에서 빠져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미국 주식으로 545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유럽 주식에서는 412억달러가 유출됐다. 또 3월 일본의 대지진 이후 일본 주식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란 인식이 확대되면서 일본으로의 주식 투자 자금은 5월까지 416억달러가 유입됐다.
⑤PIIGS 국가로 자금 유입 급감
당연한 얘기지만 재정 위기를 겪는 PIIGS 국가들에 대한 자금 유입은 급감했다. 작년엔 PIIGS 국가로 700억유로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올 들어 4월까지는 162억유로로 유입세가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올 들어 1~4월 각각 80억유로, 88억유로의 자금이 유출됐다.
⑥선진국의 해외투자 위축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선진국의 해외 투자는 2009년 4800억달러, 작년 5900억달러 등 확대되는 추세였다. 그런데 올 들어 1~4월 해외 채권 투자 자금은 670억달러로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외 주식은 같은 기간 655억달러로 예년 수준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미국도 금리를 올릴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예상 때문에 예전엔 캐리 트레이드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가던 자금이 선진국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⑦신흥국 주식 자금 유입 부진
2009~2010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회복세가 빨랐던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 대한 자금 유입이 늘었다. 2009년 2270억달러, 작년 3280억달러의 주식, 채권 투자금이 신흥국으로 들어왔다. 그렇지만 올 들어서는 자금 유입이 줄고 있다. 신흥국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증가하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신흥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자금은 올해 1분기(1~3월) 8억7500만달러가 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