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다큐멘터리 시청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동아프리카 대초원을 이름으로 삼은 인디 밴드가 있다. 유정균(32·베이스 및 보컬), 장동진(28·드럼), 정수완(27·기타)으로 구성된 3인조 '세렝게티'다. 보통 인디음악 하면 과감하고 실험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지만, 세렝게티 음악은 예외다.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 등을 적절히 사용해 이국적 느낌을 더 했고 베이스·기타·드럼도 어느 한 부분 튀지 않고 부드럽게 조화돼 '뉴에이지' 느낌이 강하다.

'듣기 편하고 세련된 인디 음악'이라는 평가 속에 세렝게티는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4년째 롱런하며 최근 3집 앨범 '컬러스 오브 러브(Colors Of Love)'를 내놓았다. 세렝게티 멤버들을 최근 만났다.

―3집 수록곡 중 한 곡은 실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동물 다큐멘터리의 주제곡으로 사용돼 화제가 됐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음악들처럼 웅장하고 이국적인 느낌이다.

유정균 "거대한 고래부터 작은 나비까지… 지구상 모든 동물이 이동하는 모습을 담아낸 4부작 다큐멘터리 '위대한 여정(Migration)'의 주제곡이다. 방영되는 나라마다 그 나라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직접 주제곡을 맡는다는데, 방송국에서 먼저 연락이 와 깜짝 놀랐다. 밴드 이름을 봐도 알겠지만, 사실 우리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채널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다."

―멤버 전원이 홍대 앞의 인디 록 밴드 출신인데도 타이틀 '그대는 날'이나 '봄의 발라드' 등 발표곡 중에 뉴에이지나 이지 리스닝 느낌이 나는 부드러운 곡들이 유독 많다.

정수완 "각자 속한 밴드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도 보람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음악을 하고 싶었다. 멤버 모두가 아프리카에 대해 커다란 동경이 있었다. 세렝게티 평원의 풍경처럼 모두를 보듬는 평온의 음악을 추구한다. 특별히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공연장을 찾는 분들도 많아졌고,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뿌듯하다. 인디 음악의 폭이 다양해지는 연장선 위에 우리가 있다."

인디 밴드 세렝게티 멤버들은“인류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대자연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왼쪽부터 정수완, 장동진, 유정균.

―'킹스턴 루디스카', '국카스텐'의 하현우, '랄라스윗'의 김현아 등 요즘 인디 음악계에서 잘나가는 뮤지션들이 대거 3집 앨범 보컬에 참여했는데.

장동진 "원래 홍대 앞에서는 인디 뮤지션들끼리 서로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는 품앗이가 잘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경우였다. 참여한 분들은 우리랑 별로 안 친한 분들이다. 그런데 이 노래에는 저분의 목소리가 꼭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섭외 전화를 하면 먼저 우리 음악을 잘 듣고 있다거나 공연 잘 봤다면서 흔쾌히 응해줬다."

―최근 인디 뮤지션들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출하는 등 인디 음악계가 주류로 급속히 세를 확장하는 느낌이다. '홍대 앞'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유정균 "일단 자유롭다. 개성들도 자유롭게 표현하고 정규 콘서트뿐 아니라 길거리 공연이나 전시회 등 하고 싶은 활동들을 폭넓게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질 위험도 큰 게 단점이다. 게다가 공중파TV와의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홍대 앞'의 상황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인디 뮤지션들이 실력을 가다듬고 음악인으로서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우리가 기존의 펑크·록·포크 밴드와 색깔이 다른 것처럼 계속 다양한 음악이 나와야 홍대 인디음악이 대중음악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