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은 지난 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올 들어 세 번째의 금리 인상이다. 그런데 이번 금리 인상을 불러온 주요인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다. 6월 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한 주에 3.4~4.8%씩 상승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중국의 긴축 정책을 불러와

중국 물가에서 돼지고기 가격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난 5월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5.5% 상승했는데, 물가상승률의 5분의 1 정도인 1.2%포인트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6.3%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중 1.6%포인트가 돼지고기 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중국 돼지고기 가격 상승→중국 물가 상승→중국 긴축정책 강화라는 고리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거시 경제 정책의 핵심 목표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들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면 중국 정부는 더욱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전반적인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돼지고기를 꼽았다. 그는 "정부가 돼지고기 공급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수개월 내에 가격이 하락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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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돼지고기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이 늘어나면 미국 물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미국 업계는 중국의 돼지고기 공급을 1% 늘리려면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이 25% 늘어나야 하고, 그 결과 미국 내 돼지고기 공급은 6%가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중국 돼지고기 상승 뒤엔 국제 콩 가격 상승이 있어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돼지 사료의 원료인 옥수수와 콩 가격 상승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쉽게 돼지고기 가격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돼지 사료는 옥수수 80%, 콩 20%로 구성된다.

그런데 중국의 올해 옥수수 생산량은 1억7700만t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옥수수 수급 문제는 거의 없다.

문제는 콩이다. 과거 중국은 콩 수출국이었지만, 이제는 80% 가까운 콩을 수입한다. 올해 중국의 콩 공급량 7000만t 중에서 5500만t은 수입을 통해서 메워야 한다. 그래서 국제 콩 가격 움직임에 따라 국내 콩 가격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국제 콩 가격은 작년 6월 부셸(27.2㎏)당 9달러48센트에서 올해 6월 13달러6센트로 37.8% 급등했다. 배런스는 중국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 콩 가격이 12~18개월 내에 50% 이상 급등, 부셸당 2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시장 상황을 두고 중국에선 '월스트리트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월가의 일부 투자자가 중국 경기가 하락할 때 이득을 보는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국제 콩 선물(先物)에 투자해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을 올리고 중국의 긴축정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수입 우려도

중국이 긴축정책을 강화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수출 급증으로 이득을 본 우리나라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만수 동아대 교수는 "대다수 경제 예측 기관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9.0~9.5%로 예상하고 있지만, 8% 이하로 떨어지는 경착륙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2%가 줄고, 성장률은 0.35%포인트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 '수입'될 우려도 커진다. KIEP는 1990년대까지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국내 물가 상승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제 유가 상승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KIEP는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을 0.12~0.15%포인트 올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