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이다. 연습에 배우 둘이 빠졌고 연출마저 결석이다. 대사를 더 넣고 싶어 안달하거나 빼달라며 흥분하는 배우도 있다.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소품을 쓸까 말까도 고민해야 한다. 공연 연습이란 무대와 달리 어지러운 혼돈의 연속이다.

'예술하는 습관'(연출 박정희·사진)은 이런 연습실을 훔쳐보는 듯한 연극이다. 영화 '조지 왕의 광기'로 유명한 앨런 베넷이 쓴 이 희곡은 영국 시인 오든(이호재),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양재성) 등 실존 인물이 주인공인 팩션이다. 그들에 대한 전기를 쓴 기자(민복기)도 등장한다. 위대한 사람들의 성공이 아니라 결점에 집중하려는 극적 장치다. 연습실은 자신과 배역을 왕복해야 하는 배우라는 존재와도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연극은 웰메이드다.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우린 인생에 물려 있어. 그놈이 놔주기 전엔 풀려날 방법이 없어" 같은 대사가 달착지근하고, 무대는 기능과 감성이 좋으며, 오지혜·백익남 등 배우들은 호흡이 단단하다. 동성애나 남창이라는 소재가 낯설기는 해도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예술하는 습관'은 지적이면서 유머러스하다. 불안과 두려움은 이 무대의 심장이다. 초연이 올라가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서성이는 그들을 보는 것 같다. 아무도 배우를 도와줄 수 없다. 예술가가 고결함 때문에 자신을 어떻게 결박하는지, 예술이 보잘것없으면서도 얼마나 성스러운지 알 것 같다. 빠져들고 싶은 무질서다.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