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59)은 "노래가 힘겨운 숙제 같아서 늘 도망 다녔다"고 했다. "홀로 된 어머니를 도와 생계를 걸머져야 해서 시작한 노래였어요. 1971년 데뷔곡 '아침이슬'은 멍에가 됐습니다. 그걸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지요. 노래는 즐겁고 행복하기보다 짐이었습니다."
다음 달 1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막을 여는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는 그렇게 살아온 그녀의 음악인생 40년에 관한 이야기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양희은은 "40년이라니 실감이 안 난다"면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나 자신한테 묻고 싶어 만든 뮤지컬"이라고 했다. 제목 '어디만큼 왔니'는 그가 긴 여행과 암 수술 후 돌아왔을 때 송창식이 지어준 노래다. 뮤지컬에는 스무 살의 양희은, 청년 송창식도 나온다.
"나를 세상에 처음 끌어내신 분이 송창식 선배예요. 음악다방에 찾아가 '돈이 필요하니 노래하게 해달라'고 졸랐고, 선배가 자기 스테이지에서 10분을 쪼개 주셨어요. 주로 테이블보를 깔 때나 통금시간이 다 돼 손님이 별로 없을 때 불렀어요."
무대는 동화 같고 여백이 많다. 양희은·희경 자매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음악을 시작한 사연 등이 풀려나온다. 연출가 이종일은 "노래가 워낙 다양해 구성이 억지스럽지 않다"고 했다. 양희은은 "대사 외는 게 스트레스다. 고시생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내년엔 새 음반 냅니다. 추억만 팔아먹는 가수는 싫어요. 자뻑 스타일로 노래하는 꼴도 싫고요. 후배들이 '언니, 인제 그만해요' 하기 전에 내려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