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을 한국 땅에 묻었다"는 전직 주한 미군의 양심 고백이 33년 만에 나왔다.

“네, 아직도 그날 파묻은 것을 잊을 수 없어요. 1978년 어느 날 도시 한 블록 규모의 땅을 파라는 지시를 받고 우리는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고엽제의 일종)’라 쓰여 있는 드럼통을 묻었습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있는 주한 미군 기지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House)씨는 16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 있는 KPHO-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출처=KPHO-TV 화면 캡처

그는 “(파묻은) 55갤런짜리 드럼통은 밝은 노란색이거나 밝은 오렌지 색 글씨들이 쓰여 있었다”며 “그중에는 ‘베트남 지역 고엽제’라고 적혀 있는 드럼통도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베트남 정글을 초토화한 독극 제초제 중 하나다. 정글에서 적군의 근거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됐다.

당시 하우스씨와 함께 근무했던 로버트 트래비스(Travis)씨도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는 방송에서 “약 250개의 드럼통이 있었는데, 이를 일일이 손으로 밀고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드럼통에는 ‘화학물질,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표기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로 드럼통에서 나온 물질에 노출되고 나서 온몸에 붉은 발진이 생기는 등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SBS뉴스 화면 캡처

고엽제는 현재 15종의 암과 질병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방송은 이 지역이 매장된 고엽제로 인해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KPHO-TV는 애리조나주립대 피터 폭스 교수의 말을 인용, "오염된 지하수를 관개에 이용했다면 오염물질이 음식재료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