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박정희 대통령에게 마음속으로 섭섭한 것 없었습니까?
"나도 인간이니까 섭섭한 것 많지요. 예를 들어 내가 만든 정보국 요원들이 와서 우리 집 네 귀퉁이에서 24시간 감시를 해요. 내가 참다못해 박 대통령에게 가서 '각하 저를 의심하십니까. 제가 나세르고 각하가 나기브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하고 소리를 질렀죠. '제가 반역할 것으로 봅니까. 무슨 감시를 시킵니까. 섭섭합니다' 했죠. 박 대통령이 험한 얼굴로 나를 이렇게 보다가 조금 풀어지더니 '어이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는 거예요. …허허허."
(※1952년 이집트혁명 때 자유장교단의 리더였던 자말 나세르는 무하마드 나기브 장군을 영입하고, 1953년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이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기브가 물러나고 1956년 나세르가 대통령이 됐다.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그걸 오해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네요.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요, 그분은 솔직하잖아요."
―5·16 때부터 박 대통령이 김 전 총리를 어떻게 불렀습니까.
"지금까지 라디오나 TV를 보면 '종필아―' 그랬다는데, 이름 그대로 부르는 일은 절대 없었어요. 당의장, 의장 같은 직책이나 '임자' 이렇게 불렀지."
―우리 전통에도 조카사위한테 말 놓는 법은 없었지요.
"그래요. 그런데 방송에서 '어이 종필이' 한단 말이야. 에이 고약한…."
―예의를 갖췄군요.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그렇게 함부로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