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야심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위안화 해외 거래 중심지인 홍콩 이외에도 싱가포르와 런던이 위안화 허브(거래 중심지)가 되겠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가 급증하고, 위안화의 해외 거래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는 작년 1분기 184억위안이던 것이 올해 1분기 3603억위안으로 1년 만에 19.6배가 됐다. HSBC 은행은 앞으로 3~5년 사이에 위안화 무역 결제가 연간 13조위안으로 늘어나 달러와 유로에 이은 세계 3대 무역 결제 통화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는 이제 시동을 막 걸었을 뿐, 달러화처럼 국제통화가 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외환거래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은 여전히 0.15%에 불과하다. 달러(42.5%)나 유로화(19.5%)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근 중국 보아오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패널 토론에서 "위안화가 특별인출권(SDR·IMF의 국제통화)에 포함돼야 한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그런 의견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헨리 폴슨(Paulson) 전 미국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정부에 의해 결정되는 통화를 어떻게 SDR에 넣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위안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본거래 자유화를 통해 중국에서 위안화 유출입이 자유로워져야 하고, 금융시장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법과 제도의 투명성도 높아져야 한다. 1980년대 엔화 국제화를 추진하다가 좌절한 일본의 사례는 중국에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첨병 '딤섬본드'

중국은 2009년 7월 상하이·광저우 등 5개 국내 도시와 홍콩·마카오·아세안 사이의 무역 결제부터 위안화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더라도 그 돈을 쓸 데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홍콩에 위안화 표시 금융시장을 육성해서 위안화 투자처를 만들어 주는 것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위안화 표시 채권(소위 딤섬본드)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의 독려에 힘입어 딤섬본드 발행은 2009년 160억위안에서 작년 357억위안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정부나 기업이 주로 발행했는데, 최근엔 미국의 맥도널드, 캐터필러(중장비 제조업체) 같은 외국 기업도 발행에 나섰다.

중국의 궁극적 야심은 위안화의 국제 기축통화化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의 시동을 건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참 진행되던 2009년 7월이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에서 벌어들인 3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의 65%를 달러화 표시 채권 등에 투자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은 앉아서 손해를 본다. 그래서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어 환율 변동의 위험에서 국부(國富)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안화가 국제화되면 중국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줄일 수 있고,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비용과 위험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4대 무역 대국(미국·중국·독일·일본) 중 미국 달러, 독일(유럽)의 유로, 일본의 엔은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다. 무역 규모만 따지면 중국의 위안화도 국제통화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면 미국과 같이 마음껏 화폐를 찍어 해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세뇨리지(화폐 주조 이득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가 되는 과정에선 치러야 할 대가도 많다. 화폐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는 위안화 강세를 초래해 중국의 성장 엔진인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주식·채권 시장의 완전한 개방이 관건

지금까지 위안화 국제화는 홍콩 시장을 매개로 해서 진행됐다. 위안화 국제화는 단순히 무역에서 위안화로 주고받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위안화 투자처가 있어야 확대될 수 있고, 홍콩만이 해외에서 투자처를 만들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간파한 싱가포르와 런던이 위안화 해외 거래 중심지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내던진 것이다.

그러나 해외시장만으로 위안화 투자 수요를 받아주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중국 본토 주식·채권 시장의 완전한 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유럽 국가의 경우 무역 거래를 개방 후 자본 거래를 완전 개방하는 데 30년 정도 걸렸다. 중국은 서구보다 더 폐쇄적인 데다 1996년에야 무역 거래를 개방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이상이 지나야 자본 거래를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3단계로 나눠 추진해 왔다. 1단계는 주변 국가와의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이는 '주변화'이다. 2단계는 아시아 지역에서 주요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는 '지역화'이다. 3단계는 국제 교역에서 달러나 유로와 경쟁하는 '국제화' 단계인데, 현재 위안화 국제화는 1단계에 머물러 있어 3단계는 요원한 상태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되려면 자본거래 자유화와 시장경제 체제의 성숙이 필요한데, 이는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크게 변화해야 가능하므로 완전한 위안화 국제화에 도달하는 데는 앞으로 20~3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