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KBS 수신료 인상안을 "이번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며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겉으론 반대하지만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자유선진당은 "인상안에 반대하지만 표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21일로 예정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이 표결에 불참하고 선진당이 참여하면 의결 정족수가 성립돼 인상안을 처리할 수 있다.

정치권은 작년부터 KBS측의 강한 로비와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입만 열면 민생 챙기기, 물가 잡기를 외쳐온 정치권이 한 가구당 연간 1만2000원의 부담을 추가로 안겨주는 KBS 수신료 인상에 나선 것이다. KBS는 구조조정을 비롯한 자구(自救)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연간 2100억~22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 "KBS 요구 때문에…"

한나라당은 "수신료 인상은 KBS의 디지털방송 전환과 공영성 확립, 난시청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했다. KBS는 2014년까지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한 적자(기본 운영비 기준)가 453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같은 기간 중 KBS가 548억원의 흑자를 볼 것으로 추산했고, 국회 문방위는 "KBS가 충분한 자구 노력을 안 하고 있으며, 디지털방송 전환 등이 수신료 인상의 주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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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인상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나선 것에 대해 당 고위 관계자는 "KBS가 어렵다고 자꾸 요구하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KBS측이 의원 한 명 한 명에게 사람을 보내 인상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민주당은 일단 4월 처리엔 반대다. "수신료는 준조세인데 서민에게 주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상안이 민주당 추천 KBS 이사들이 만든 타협안이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표면적으론 반대하지만 한나라당의 인상안 처리를 묵인해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리송한 선진당

국회 문방위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의 키를 쥔 자유선진당은 겉으론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면서도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KBS 앵커 출신인 류근찬 의원은 2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번에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KBS는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4월 국회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는 KBS 기자 두 명이 참석해 회의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이회창 대표는 회의 말미에 "상임위 회의에 참석해서 반대 의견을 내라"고 했고,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김창수 의원은 "소위에 참석해 반대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도부의 한 의원은 "19일 논의 때만 해도 4월엔 처리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하룻밤 새 바뀌었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KBS와 적이 될 수는 없다" "수신료를 인상해주고 우리는 당 대표의 KBS 라디오 연설 기회 획득 등 실속을 챙기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여당과 협상해서 KBS 이사나 방송위원 추천권 등을 받아오자는 주장도 나왔었다"고 했다.

▲21일자 A5면 '구조조정 제대로 안 한 방송사가…' 제목의 기사에 대해 KBS는 1997년 6379명이던 인력을 2009년 5097명, 오는 2014년까지 4200명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줄이고, 인건비 비중도 2009년도 38%에서 2014년 29.2%로 줄이는 자구 노력을 추진 중이며, 1981년 이후 30년간 수신료가 2500원으로 동결된 상태라고 알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