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올 들어 수차례 "국회에서 날치기나 몸싸움 같은 데 또 한 번 휘말린다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작년 말 국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 몸싸움이 벌어져 국민적 비난은 물론이고, 세계적 조롱거리가 되자 그는 한나라당 의원 20명과 함께 '국회 바로 세우기 모임'을 만들었다. "다시는 몸싸움하지 말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15일 국회 외통위 소위에서 한·EU FTA 처리 도중 몸싸움이 벌어지자 "기권하겠다"며 퇴장한 홍정욱 의원도 이 모임 소속이다.
남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에게도 "한·EU(유럽연합),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 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그런 남 위원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야당들은 한·EU, 한·미 FTA를 호락호락 합의 처리해 줄 마음이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야당들이 진행 중인 야권 연대 논의의 핵심 쟁점이 '한·미 FTA'다. 민노당·진보신당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집권 시절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을 사과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야당이 FTA 문제에서 쉽게 합의해줄 리 없다는 것이다.
남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4·27 재·보선을 앞두고 야당은 '우리를 밟고 가라' '물리력을 한번 써보라'는데, 우리가 거기에 말려들 순 없다"고 했다. 또 "만일 강행처리했다면 강기갑 의원이 (회의장을) 날아다니고 야당이 극렬 저지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홍정욱 의원이 그런 꼴불견을 막았다"고 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시급한 국가 현안인데 개인적 이미지 관리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한나라당 관계자는 "야당의 반발이 심한 한·미 FTA까지 합의처리를 고수하면 18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FTA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통위원장인 남 위원장이 'FTA 무산'의 책임을 모두 져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남 위원장은 "야당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면 야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할 명분이 없어진다"며 "한·EU FTA는 재·보선 직후, 한·미 FTA는 미국 의회가 비준하는 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