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정조준한 이번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는 내로라하는 서방국들이 모두 모여 연합군을 이뤘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서방선진 7개국)에 포함된 서방국은 대부분 총출동했다. 거의 유일한 예외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지난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1973호를 표결 처리할 때에도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기권하는 등 서방의 리비아 군사 개입에 반대하거나 소극적 지지 입장을 표명해왔다.
독일은 왜 다른 서방국가와는 달리 이번 리비아 군사개입에 ‘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나.
◆독일 여론 “리비아로 출동하라” vs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라”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이 리비아에 군사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한다. 군사 개입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독일은 아랍권 국가들이 이번 군사 개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온라인판은 21일 보도했다.
베스터벨레 장관은 이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일 내에서도 ‘리비아로 출동하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도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 개입이 아니라) 리비아 반군 세력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다만 베스터벨레 장관은 카다피가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은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고 있지만, 자국 내 '아프가니스탄 병력 철수 여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리비아 군사 개입까지 나서게 되면 정치적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베스터벨레 장관은 21일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 유럽연합(EU) 외무장관회의에서도 서방의 대대적 공습과 관련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아랍연맹(AL) 등이 (서방의 군사 개입에) 비판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우리가 군사 개입을 주저한 이유는 충분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독일은 이 지역에서 처할 위험 부담을 계산했고, 군사 개입이 시작돼 아랍연맹 등 지역 국가 여론이 나빠진 것을 봤을 때 독일이 군사 개입을 주저한 이유는 충분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지역국가들의 여론과 국내 여론까지 따져봤을 때 신중을 기하는 편이 섣불리 군사개입에 나서는 것보다는 나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내각도 독일 외무장관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오히려 서방 군사 개입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북아프리카 민주화 바람을 자칫 빨리 꺼뜨릴 수도 있다는 논리도 내세우기도 한다.
◆실제 원인은 리비아와 교역량이 많아서?
하지만 독일이 리비아 군사 개입을 꺼리는 실제 이유는 독일·리비아 사이 교역량이 많아서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독일이 리비아 제2의 교역 상대국이라 군사 개입으로 독일·리비아 관계가 뒤틀렸을 경우 맞이하게 될 경제적 '부담'이 이번 군사 개입 결정에 만만치 않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 군사 개입을 하는 데 대해 전통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이 때문에 독일이 리비아 군사 개입을 결정하는 데 더욱더 소극적이었을 것이라고 외신 등은 분석했다.
슈피겔은 21일 외무장관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독일이 중국과 러시아 등 덜 민주화된 국가와 함께 UN에서 기권표를 던져 국제적 이미지가 안 좋아졌고,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