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조선일보DB

왕첸첸, 그는 누구인가.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의 성(性)상납 의혹이 다시 불거지며, 장씨와 편지 왕래를 했다고 주장하는 전모(31·일명 왕첸첸)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0일 경찰은 전씨가 장씨와 주고받았다는 편지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를 한 가운데, 그가 실제로 장씨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맞는지, 편지를 조작했다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스로를 ‘홍콩 재벌 아들’이라 불러

전씨를 2009년 인터뷰했던 스포츠칸에 따르면, 구치소에서 만난 전씨는 생긴 모습부터 ‘이색적’이었다. 외모를 가꾸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전씨는 옆 가르마로 빗어넘긴 머리에 다소 큰 안경 그리고 목에는 연두색 스카프까지 두르고 나타났다.

전씨는 이 신문에 “고 장자연과 속을 터놓고 지내온 오빠”라고 주장하며 생전 장씨와 주고받았다는 편지를 토대로 한 A4용지 8장 분량의 문건을 2009년 처음 제보했다.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강한 그는 스스로를 "홍콩 재벌 아들"이라고 했다. 자신의 사용하는 '왕첸첸'도 이와 관련된 가명으로 추정된다. 홍콩 부인이 있다며 자랑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광역시에서 공고를 다니다 중퇴한 한국 '토박이'였다.

그는 전과 10범으로, 고교를 중퇴한 뒤 부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1999년 2월 수원중부경찰서에 처음 구속돼 4년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이어 3개월 뒤인 2003년 5월 같은 죄로 구속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올 5월 출소예정이었던 그는 교도소에서 교도관을 폭행한 죄로 15개월 형이 추가돼 복역기간이 내년 8월까지로 늘어났다.

2009년 당시 경찰은 “전씨가 홍콩 재벌 아들 또는 유명한 오락실 업자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주장하나 호적부 확인 등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2003년 수감이 된 뒤 고인(장자연씨)이 12회 정도 면회를 왔다고 했으나 면회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정신 이상자가 아니다”고 주장

경찰 조사에서 전씨는 2006년 8월쯤부터 정신장애 등의 증세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정신 이상자가 절대 아니라고 평소 주장했다.

그는 2009년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 약을 먹긴 하지만 정신 이상자가 절대 아니다”라며 “현재 자연이로부터 온 편지와 자연이와 찍은 사진을 구치소 밖에 지인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언론보도 이후 구치소 측에서 반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전씨가 (장자연씨가) 비밀리에 면회를 왔다고 설득력이 없는 주장을 되풀이한다”며 “장씨의 집 압수수색에서도 전씨의 편지가 전혀 발견된 적이 없는 등 전씨 주장을 믿을만한 근거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2009년 당시 전씨에 대한 수사를 멈췄었다.

당시 수사진은 교도소에서 정신병력 치료를 받는 등 편집적 성향이 강한 전씨가 상상으로 스포츠지 기자에게 편지를 썼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의 편지가 한 방송사 보도로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이날 경찰은 압수한 편지봉투에 찍힌 우체국 소인의 발신지가 가로 4㎝, 세로 1㎝ 크기로 직사각형 형태로 예리하게 잘린 부분이 3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가 어디서 편지가 보내졌는지 숨기기 위해 이같이 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지가 조작됐다면, 애초 장씨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전씨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고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도 전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커진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진 필체 감정 결과를 기다려 편지 조작 위조 여부를 최종 판가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