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9일 "동남권 신공항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영도)에서 국회의원으로 5번 뽑혔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위해 맹렬히 뛰고 있다. 그런데도 김 전 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서 공개적으로 신공항 백지화를 '나 홀로'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만났다.

김 전 의장은 "매를 맞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언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신공항을 만들려던 이유는 지역 발전과 국제화를 위해서였는데, 그 취지는 사라지고 지역갈등과 분열만 남았다"고 했다. "신공항이 분열을 조장하는 핵심요소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제가 부산 출신이긴 하지만 수없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봤습니다. 어젠 잠 못 이루며 밤새 고민했죠.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줄 알면서도 정치인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옳은가' 말이죠."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가덕도 유치 집회'에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신공항 문제가 이런 식의 지역 간 힘겨루기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역에선 "가덕도와 가까운 지역구 의원이 그러면 되느냐" "배신자"라는 말들이 돌았다. 이날 발언이 지역에 알려지자 그의 휴대폰은 불이 났다고 한다. '부산을 배신한 반역자'란 문자도 날아들어 왔고, 대구에서도 "망언 정치인"이란 비난이 나왔다고 한다.

그에게 "내년 4월 총선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총선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난 이미 마음을 비웠다. 어떤 돌팔매가 날아와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가덕도와 밀양 2곳 모두 신공항 입지로서 기술적 타당성이 없다"며 "신공항은 없던 일로 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 입지선정 때 논의에 참여했던 그는 "내가 신공항 문제에 대해선 나름 전문가예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 만들 때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안 했어요. 다들 해야 한다니까 그냥 넣은 것이죠. 이젠 제대로 판단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밀양의 경우 수백만평의 논밭을 갈아엎고 수많은 민가를 철거하고 산을 십여개 이상 깎아야 하는데 이주대책 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음으로 인해 다른 국제공항처럼 24시간 운영하기도 어렵고 경북의 중·북부 지역에선 이용하기도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가덕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가덕도 앞바다는 꽤 깊은데 엄청난 매립비용이 듭니다. 일본 간사이 공항처럼 지반 침하가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들고, 태풍에도 취약해요. 대구·경북 사람들이 가덕도로 올 리가 있나요? 바로 인천공항으로 갈 겁니다."

그는 신공항을 백지화할 경우 대안에 대해 "김해공항을 확장할 수도 있고, 대구에도 이미 공항이 있고…"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사태가 이렇게 커지도록 방치한 정부 관계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다소 늦었지만 청와대와 총리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이제 지역에서 난 죽었소. '처단'해야 한다고 하데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내 말에 책임져야지. 시간이 지나면 동의하는 사람이 늘 겁니다."

[[Snapshot] 그래픽으로 보는… 가덕도 신공항 vs. 밀양 신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