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이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 백기완·홍세화씨 등 좌파 성향의 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하게 했다. 시·도 교육청이 특정 이념의 외부 인사를 불러 교원 특강을 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들은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학생들을 특정 이념으로 교육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4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연 '서울형 혁신학교 교직원 및 교육청 관계자 합동 연수'에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시간 동안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는 이른바 '혁신학교(진보·좌파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학교 모델)' 교장 17명과 교감, 교사, 서울시교육청 간부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했다. 곽노현 교육감도 특강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소장은 '질라라비 훨~훨'이란 제목의 이 강의에서 "가축으로 길들여지기 전의 야생닭인 질라라비는 훨훨 날았다. 우리는 우리 안의 닭을 죽이고 질라라비의 본모습을 되찾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기존 교육의 틀에서 탈피하자는 곽노현식 교육개혁에 힘을 실어 주는 내용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날 특강을 들은 한 혁신학교 교사는 인터넷에 '혁신학교를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은혜 받는(!) 시간이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학기부터 서울에 23곳이 생긴 혁신학교는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학교 모델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대거 전입해 '전교조 거점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본지 2월 26일자 A10면 보도

백 소장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곽 교육감에 대한 공개 지지에 나섰다. 곽 교육감은 지난달 9일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명사 재능 기부 강연'에도 백 소장을 초청해 같은 제목의 강의를 열었다.

곽 교육감은 당시 트위터에서 백 소장 강의에 감명받았음을 밝힌 뒤 '만에 하나 학교가 우리 아이들을 우리 안에 갇힌 닭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게 만든다면 바꿔야 합니다'라고 썼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지난해 7월 교육장과 교장 등 670명이 모인 교육정책 설명회에서 홍세화씨의 특강을 열었다. 홍씨는 남민전(南民戰) 사건으로 프랑스에 망명한 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책을 썼던 민중민주(PD)계열의 논객이다.

교총 관계자는 "홍씨가 프랑스 무상교육을 언급하며 '한국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묘사했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며 "참석했던 교장들이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사 연수의 강사는 특정 직무에 뛰어난 교사나 교육공무원이 맡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정 이념을 지닌 인사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철학과 교육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결국 혁신학교를 '이념학교'로 만들고 학생들을 이념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언젠가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