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폭력 방지 대책을 입법화하는데 합의했지만 각론(各論)에 들어가면 입장 차가 크다.
한나라당은 폭력 방지에 초점을 둬 힘으로 의사진행을 막는 것을 원천봉쇄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본청안 경찰 배치도 허용하고, 의사당 내 폭력행위는 가중처벌해 의원직 박탈까지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의장이 의장석에서만 사회를 볼 수 있다면, 외국처럼 단상에 대한 물리적 접근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법안 자동상정 제도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처리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발언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게 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과 직권상정 제한이 핵심이다. 토론을 끝내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인데, 재적 5분의 3의 동의를 얻으면 되는 미 상원보다 조건이 엄격하다. 직권상정 요건도 국가비상사태에 한정했다.
벌써부터 양측은 상대당 안에 대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폭력 가중 처벌 및 의원직 박탈안에 대해 민주당은 "다수당을 위한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자동상정이나 단상 접근 금지에 대해서도 난색이다. 한나라당은 필리버스터 도입은 검토할 수 있지만, 토론 종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는 미국처럼 재적 5분의 3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데다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도 커 이번 임시국회에서 합의안을 만들기는 벅찰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필리버스터
의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계획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지연하는 행위. 장시간 연설과 의사진행·신상발언 남발, 각종 수정안·동의안 연속 제의 등이 대표적이다. 1957년 미국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민권법 통과에 반대하며 24시간18분간 연설한 것이 최장 기록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제도가 있었으나 1973년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