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가 6일 정부와 야권 인사들의 협상을 계기로 국면 전환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 인사들은 이날 회담에서 개헌위원회 구성 등 전향적인 논의를 했지만 정부의 협상 태도가 신뢰를 주기엔 부족하다며 적극적인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날 협상에는 출마를 포함한 모든 정치 활동이 금지된 최대 야권 조직 무슬림형제단도 참가했다. 무바라크 정부가 무슬림형제단을 공식 대화 파트너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고, CNN은 "술레이만이 무슬림형제단에 공식 협상 참여를 제안했다는 사실은 향후 열릴 총선에 무슬림형제단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술레이만은 이날 무슬림형제단 이외에도 진보 야당 와프드, 좌파 성향 야당 타가무 인사들과 만나 협상을 진행한 후 6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시위대 대표위원회와도 회동했다.
이집트 국영TV는 "정부와 야권이 설립에 합의한 개헌위원회는 법관과 정치인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들은 헌법을 검토한 후 3월 첫째 주까지 개헌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바라크는 2007년 11월 아들 가말을 집권당인 국민민주당 최고위원에 임명하면서 "정당의 지도부에 속해야 대통령 후보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헌법에 넣었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 총 250명 이상의 선출직 의원으로부터 추천을 받도록 한 조항도 추가해 집권당이 아닌 다른 당에선 후보가 나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야권 측은 의회 해산과 모든 정치범 석방 등 내용이 빠졌다며 이 요구들이 관철될 때까지 광장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협의에서 무바라크의 즉각적인 사퇴가 수용되지 않은 데 대해 시위대가 더욱 분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합의안에는 영장 없이 시위대를 체포하고 구속하게 만든 비상조치법 철폐도 포함됐다. 무바라크는 부통령이었던 1981년, 전임 대통령인 안와르 사다트가 암살당한 후 정권을 잡았고 정정 불안을 이유로 비상조치법을 선포했다. AP는 "야권이 지속적으로 철폐를 요구해온 비상조치법은 경찰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인권탄압 수단으로 악용돼왔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정부와 야권 인사들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포함한 통신수단을 차단하지 않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이날 야권 인사들과 술레이만의 만남은 술레이만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5일 술레이만에게 전화를 걸어 야당과의 대화를 거듭 강조한 것도 이집트 정부가 그동안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무슬림형제단까지 대화에 참여시킨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율법(샤리아) 제정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은 국민들 사이에 지지도가 꽤 높은 편이지만 정부로부터 불법 단체로 규정돼 정치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다.
대화 전날까지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협상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무슬림형제단은 5일 밤 한발 물러섰다. 무슬림형제단 가말 나세르 대변인은 "정부는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으나 국민들이 이를 거부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정부의 자세가 얼마나 진지한지 가늠해보기 위해 6일 오전 대화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