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물원 직원들은 탈의실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자고 있어요."

4일 우제류(偶蹄類·발굽이 2개로 구제역에 걸릴 수 있는 동물)인 기린을 돌보는 서울동물원 여자사육사 김동선(29)씨는 나흘째 집에도 못 가고 동물원에서 침낭살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25세짜리 할머니 기린 '헤라'가 바깥바람도 못 쐬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동물원 제공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1984년 과천에서 개장 이후 사상 처음 지난 1일 문을 닫은 서울동물원은 '방역(防疫) 전쟁' 중이다. 서울동물원에 있는 동물 중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수 있는 동물이 60%에 이른다. 만약 동물원 동물이 구제역에 걸리면 다시 청정구역으로 되돌아오는 데 1년, 멸종 위기 희귀동물을 해외에서 다시 구하는 데 1년 등 최소 2년 이상 동물원 재개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동물원측은 최악의 경우 몸값이 마리당 8000만원에 이르는 기린·하마 등에 백신을 투여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동물을 직접 관리하는 직원들은 일주일 동안 출퇴근하지 않는 '원내 숙식(宿食)' 작전에 돌입했다. 사육사와 청소 용역 직원을 95명씩 2개조로 나눠 일주일씩 돌아간다. 직원들이 출퇴근하면서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첫 조 95명이 오는 7일까지 동물원에서 숙식 근무를 마치면, 다음 조 95명이 8일부터 교대한다.

동물 관리와 상관없는 일반 직원들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 참석은 자제하고, 집에서 멀리 떠나는 여행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썼다.

숙식조 직원들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식사 시간은 3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일반 행정·관리직 직원들과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식사하기 전·후 개인별 소독도 해야 한다. 김동선 사육사는 "사육사들은 자신이 맡은 동물 이외의 우리 접근이 금지되어 있고, 자신이 맡아 키우는 동물조차 먼발치에서만 관찰할 때가 잦다"며, "밥을 먹이거나 청소할 때만 소독한 장갑으로 우리에 들어가는데, 접촉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은 "열흘 정도 관람이 중단될 경우 순수 입장료 손실액만 4000만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최근 구제역 전파 속도가 줄어들지 않아 관람중지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