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부터 신라·백제까지 삼국을 탐험하는 연극 제작, 한 회당 30~60명으로 입장객 제한, 전국 학교·도서관 100회 순회, 국립중앙박물관 연중 상설 공연으로 확정….
지난해 1월 세상에 나온 연극 '박물관은 살아 있다'는 한국의 어린이극이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을 열고 있다. '2010문예연감'을 보면 2009년 공연된 연극 5편 중 1편이 아동·청소년극이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극의 절대다수는 미취학 어린이를 겨냥한 공연물이고 초등학생용은 '멸종'에 가깝다. 사교육 열풍에 밀려서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박물관은 살아 있다'는 역발상으로 성공한 초등학생용 연극이라서 더 주목받고 있다.
"박물관에 다녀온 아이가 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할까?" 연극 '박물관은 살아 있다'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제작사 아트브릿지의 신현길 대표는 "박물관에 들어 있는 역사가 아이들 기억에 각인되려면 체험(놀이)과 이야기가 필요했다"면서 "배우들과 함께 박물관·유적지를 답사하고 역사 공부를 하며 공동 창작으로 공연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고구려 탐험대원'이 된 아이들이 주몽(朱蒙)과 함께 활시위를 당기고, 고구려 춤과 음식을 배우고, 고분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역할극으로 꾸미는 식이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를 그림자극으로 만나는 순서도 있다.
'박물관은 살아 있다-고구려'는 2009년 초연(55회)이 모두 매진되면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 1월에는 토우(土偶)·세속오계(世俗五戒)·김유신으로 속을 채운 '신라 서라벌 탐험'이, 10월엔 과거시험·거중기(擧重器)·수묵화가 등장하는 '정약용과 실학 여행'이 나왔다. 내년 1월에는 목간(木簡) 제작과 서동요(薯童謠)의 사랑 이야기 등이 담긴 '백제 예술 탐험'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연극들이 더 많은 관객을 입장시키려고 고민할 때 이 연극은 공급을 제한했다. '박물관은 살아 있다'는 현재 회당 60명까지만 관객을 받는다. '체험과 교육은 소수일 때 질이 높아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야외에 상설 공연장을 만들어 1년간 고구려편을 공연하자"고 제안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교육 콘텐츠로서 우수하고, 박물관 관람객을 초등학생으로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면서 "오후 3시 공연은 연극 관람 후 박물관 고구려실로 이동해 해설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살아 있다'를 본 어머니들은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고 표현하는 대목을 특히 좋아한다. 이 시리즈에 출연 중인 배우 이후용(29)씨는 "배우와 관객이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탐험하며 만들어가는 공연"이라면서 "아이들이 토우를 만들거나 시(詩)를 쓰고 그림을 그릴 때 어머니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고구려편은 마지막에 연꽃에 소원을 적어 나무에 붙이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가 어떤 내용을 적을지 부모는 궁금하다.
고구려편·신라편·백제편은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에, 정약용편은 초등 고학년에 적합하다.
▶고구려편은 1월 8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설공연장. 1544-5955. 신라편은 1월 5~16일, 백제편은 1월 21일~2월 6일, 정약용편은 2월 11~27일 서울 창덕궁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02)741-3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