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청산가리만큼 강한 독성을 지닌 비소(砒素)를 흡수하고 사는 박테리아를 발견하면서 '생명체'에 관한 정의를 바꿔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NASA 우주생물학연구소 애리얼 알바르 박사는 "인간은 지금까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원소를 6가지로 정한 후 다른 원소를 완전히 배제해 왔다"며 "비소를 흡수하고 사는 박테리아가 존재하는 이상, 지금까지 생명체가 생존하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지구 안팎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존재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생명체는 6가지 필수 원소(탄소·수소·질소·산소·인·황)로 구성된다고 여겨져 왔다. 이 6가지 원소가 다양한 형태로 결합해 유전자·단백질·지방 같은 '생명의 바탕'을 만들어낸다. 만약 다른 원소가 침입해 생명체의 구성이 흐트러지면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인(燐) 바로 아래 있는 비소는 화학적으로 인과 매우 비슷한 성질을 지녔지만, 많은 양을 흡수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정도로 치명적인 물질이다. 인간의 경우 비소에 장기 노출되면 암·당뇨·뇌졸중 등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우주생물학은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예를 들어 용암 속에서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너무 뜨거워 생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태양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커지는 식이다. 극단적 환경에서 발견되는 생명체의 수가 늘어날수록 외계생명체의 발견 가능성이 커지고 탐사방법도 다양해져야 한다.
연구팀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는 2009년 1월 국제우주생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 대신 인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비소를 흡수하고 사는 생명체의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그는 "지구 생성 초기의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고, 따라서 생명체가 반드시 지금의 모습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 "'비소 박테리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과 개념이 완전히 다른 불가사의한 생명체(weird life)가 지구의 '그림자 생물권(shadow biosphere)'에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인과 비소를 함께 흡수하고 살아간다. 연구팀은 "다음 목표는 인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인 대신 100% 비소만 흡수하며 살아가는 박테리아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ASA와 사이언스는 엠바고(보도유예) 시점(한국시각 3일 오전 4시)까지 자료를 유출하지 않기로 서약한 기자들에 한해 논문을 미리 배포했으며, NASA는 엠바고가 풀림과 동시에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다.
☞ 우주생물학(astrobiology)
생명현상을 지배하는 법칙을 우주 또는 천체의 진화와 관련지어 연구하는 학문. 지구 밖 다른 천체상 생명 존재 가능성 검토와 탐지, 지구생물의 우주공간 및 다른 천체 환경으로의 이주 가능성 등을 다룬다.
실질적으로는 우주공간·용암·빙하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 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 SETI(외계지적생명체 탐사·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 행성들로부터 오는 전자기파를 추적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탐사 연구.
영화 'ET'에 나온 외계인처럼 실제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생명체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국가지원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나 국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1980년대 초 지원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