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가 안 좋아서 등산을 못했는데 케이블카가 생기면 쉽게 산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좋아요."(황순희씨·가게운영)

"어린 아이들까지 케이블카로 쉽게 정상에 오르면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고 해서 산이 금방 지저분해질 겁니다."(박종서씨·등산객)

지난 30일 오전 11시쯤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 부근. 등산용품 가게와 각종 음식점 수십개가 늘어져 있는 거리를 따라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이 삼삼오오 초겨울 산행길에 오르고 있었다. 연간 방문객만 1000만명에 이르는 북한산은 서울 시민들에게 도심 속 '녹색 허파'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었다.

◆'북한산성 주차장~보현봉' 코스 유력 검토

북한산을 비롯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규제 완화 논란은 2008년에도 있었지만 지난 10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환경부가 지난 10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2㎞에서 5㎞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북한산·지리산 등 국립공원 내 장거리 케이블카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기본방침을 확정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국립공원위원회가 오는 3일 케이블카 설치 가이드라인을 보강하면 케이블카 설치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리산·설악산·속리산·한라산 등 전국 20여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 중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광륜사 뒤 도봉산 제1휴게소~다락능선까지 약 1.6㎞(후보노선 1),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보현봉 근접지까지 약 1.9㎞(후보노선 2), 북한산성 주차장~승가봉 근접지~보현봉 근접지까지 4.2㎞(후보노선 3) 등 3개 코스를 후보로 보고 있다. 이 중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보현봉에 이르는 케이블카 노선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케이블 설치 연구 용역 결과, 북한산성 주차장~보현봉 코스가 경관 조망도 좋고 자연친화적 공원을 만드는 데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공단은 "케이블카 설치에 466억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예산 마련이 쉽지 않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카 설치 찬반 논란이 한창인 북한산. 가장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의상봉으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이 봉우리 인근을 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훼손 줄이고 관광지도 개발" "북한산 경관·환경 망칠 것" 논란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찬반 논란은 뜨겁게 일고 있다.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상인들의 생각도 엇갈렸다.

'북한산 휴게소'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정훈상(60)씨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노약자나 외국인들도 북한산의 경치를 쉽게 보고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관광버스도 많이 들어오고 하면 장사도 잘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등산로 입구에서 식당 영업을 하는 박희경(48)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왜 훼손하려 하느냐"며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케이블카를 타는 지역은 손님이 많아지겠만 기존 등산로에 가까운 상권은 오히려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카 설치 찬반론자들은 모두 '북한산 자연환경 보전'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디자인팀 노윤경 차장은 "2007년 북한산 입장료가 폐지된 뒤 탐방객이 급증했는데 정규 탐방로 외에 샛길이 늘면서 공원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케이블카를 북한산 탐방객의 10% 정도만 이용해도 공원관리와 환경보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다양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도 쉽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호주는 세계문화유산지구 '레인 포레스트(Rain forest)' 국립공원에 '케언스 스카이레일(Cairns Skyrail)'이란 케이블카를 운영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드는 등 외국 성공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환경단체 등은 "케이블카 설치가 필연적으로 자연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처장은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국립공원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지역개발 논리에 떠밀려 가는 듯한 정책도 문제"라고 말했다. '국립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도 지난 14일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에 '케이블카 반대'라는 문구가 담긴 가로 10m, 세로 30m짜리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찬반토론] 북한산 케이블카 논쟁, 찬성 vs.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