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와 3대 세습 등 북한 안팎의 격변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북한 과학계는 국제 과학저널에 역대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평가기관인 영국의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북한 과학자들은 총 26편의 논문(공동저자 포함)을 국제적인 저널(SCI에 등재된 저널)에 실었다. 이는 국제 저널에 북한이 처음 등장한 1976년 이후 한해 발표된 북한의 논문 편수로는 가장 많은 수치.
1976년 이후 올해까지 북한 과학계는 총 143편의 논문을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이는 한해 평균 4편 정도의 저조한 수준. 특히 1977~1981년의 5년간은 국제 저널에서 북한 논문이 아예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국제 저널에서 북한 논문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4년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져, 2005년 11편으로 처음 두자릿수를 기록했고 2007·2008년 잇따라 17편씩이 나온 뒤 2009년 19편에 이어 올해 스무편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논문 26편은 광학과 나노기술, 유체역학, 재료공학, 바이오·의학, 우주론과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광학분야 논문 3편이 모두 레이저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연구라는 점. 레이저는 우라늄 농축에도 사용되는 기술이다.
26편의 논문 중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 최고 권위의 저널에 실린 논문은 한 편도 없었고 북한 학자의 독자 논문도 없었다. 14편은 중국, 12편은 스위스·호주·일본·독일·말레이시아 등 서방 국가와 공동연구였다.
북한에서 과학 논문 생산이 급증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자위(自衛) 차원의 '과학 중시 정책'의 결과로 풀이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변상정 박사는 "북한은 2000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사상·총대와 함께 과학기술을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에 앞선 1998년부터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 과학에 대한 투자와 과학자들의 해외교류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적성국가인 미국의 과학자들, 예컨대 시러큐스대학 연구팀은 북한 학자들과 전자분야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논문 생산이 올해를 정점으로 쇠퇴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종선 박사는 "올해 쏟아진 논문 대부분은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에 착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시기는 북한의 과학중시정책과 남한의 경제·과학 지원이 시너지를 내던 때라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이후 남북 교류가 중단되면서 북한 정부의 과학 드라이브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북한 논문이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