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브래지어(Emergency Bra)'가 미국에서는 실제로 상품화됐어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소방서 류중무 교육주임이 관악구 봉천동 공익근무요원 교육센터에서 공익근무요원 42명을 상대로 교육을 시작했다. 지루할 것 같았던 소방 안전 교육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시작하자 교육생들도 이내 강의에 푹 빠져들었다.
"황당한 이 여성 속옷 제품은 응급 상황에서 방독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작년에 '황당 노벨상(Ignoble Award)'을 탔습니다. 브래지어 중간 연결 부위를 분리해 2개의 방독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실제로 29.95달러(약 3만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죠."
교육생들의 시선이 모아졌다고 생각한 류 주임은 재빨리 교육용 소화기를 꺼내 소화기 사용법을 알리고 인공호흡법, 기도폐쇄 대처법 등 심폐소생술 실습 시간을 줄줄이 이어갔다.
재밌고 알찬 수업으로 소방교육계의 '명강사'로 명성을 얻은 류 주임에게는 여기저기서 교육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21일 오후 4시에는 대형 음식점 '시크릿가든'에서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등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 강의 스케줄이 잡혀 있다. 그가 지난 1월부터 시작한 강의는 한 달에 20여 차례, 지금껏 총 209차례 이뤄졌다. 수강생만 3만2241명을 기록 중이다.
"송파구 관내뿐만 아니라 여타 서울지역에서도 교육 예약 전화가 많아 연말까지 강의 예약이 꽉 차 있습니다. 직접 외부에 나가서 강의를 할 때가 많아요."
잦은 밤샘 당직 근무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첩에 빼곡히 적힌 교육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휴무도 제대로 찾아 먹기 힘들다는 게 류 주임 설명이다. 강의 대상도 유치원생부터 관공서 직원까지 다양하다. 눈높이에 맞춰 그때그때 강의 자료도 바꾼다.
왜 이렇게 소방교육 강의에 열정적이냐는 질문에 류 주임은 1999년부터 5년간 구급대원으로 근무할 때 경험 때문이라 했다.
"2000년도에 40대 남성이 죽은 채 발견된 현장에 출동했어요. 곁에 있던 10대 아들이 심폐소생술만 알았어도 살아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구조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사전에 교육만 받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오던 차에 올해 송파소방서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홍보교육팀에 지원해 열정적인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류 주임은 "소화기 사용법이나 응급처치법 등은 한 번만 배워두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귀중한 생명까지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