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은 늘 여러 사회단체의 확성기 소리와 플래카드가 뒤섞이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 18일 이곳에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한 손에 꽃다발을 든 20대 여성이 분홍색 피켓과 함께 나타났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님 ♥데이트 신청♥ 러브레터 받아주세요.'

그 피켓에는 이어 '임용(시험) 보기 한 달 전 신규 임용 전국 0명 공고!! 꿈을 잃은 예비교사 누구한테 보상받나?''예비교사 두 번 죽이는 임용제도 문제 개선 시급!!'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의 오른쪽 가슴에는 '노량진녀'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인 차영란(28)씨였다.

‘노량진녀’로 알려진 임용시험 준비생 차영란씨가 18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만나기 전 정부중앙청사 면담실 앞에서 준비해 온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를 졸업한 차씨가 피켓을 든 것은 지난달 17일 교과부의 갑작스러운 발표 때문이었다. 지난 4년 동안 공통사회과목 임용시험 준비에 매달렸는데, 갑자기 '2011학년도에는 공통사회과목 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는다'는 공고가 나온 것이다. 2010학년도에 32명, 2009학년도에 34명을 뽑았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좌절만 하고 있으면 불합리한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 나라도 총대를 메자!' 차씨는 곧장 노량진 학원가로 달려갔다. 시험 한 달 전 정원을 알리는 교과부의 부당한 처사는 고쳐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사탕을 붙이고 시험 준비생들에게 400통을 나눠줬다. 서명운동, 인터넷에 글 올리기, 학원 강의실 연설, 공청회 참석…. 3500명의 '임고생(임용고시 준비생)'들이 그의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서명서를 든 차씨는 운동 시작 한 달 만에 교과부가 있는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30분 만에 교과부 관계자가 밖으로 나온 것이다. "장관님께서 만나시겠답니다." 차씨의 이야기를 경청한 이주호 장관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내년부터는 시험 6개월 전에 임용 계획을 미리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한 여성의 힘이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았다"며 차씨를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젊은 여성이 아니었다면 제도를 바꾸었겠느냐"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