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교육부가 2일 사지선다형(multiple choice test) 시험을 전면 폐기하는 '학력평가 개혁'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종래의 평가시험 개념을 180도 뒤집는 이번 개혁은 단순 지식을 측정하는 사지선다형 시험을 버리고, 실생활 속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실용적·다면적 학력평가로의 전환이다. 안 덩컨(Duncan) 미 교육부장관은 2일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린, '버블 테스트(OMR카드시험)를 뛰어넘다: 다음 세대를 위한 학력평가'라는 제목의 글에 "오늘 우리는 미국 공공교육의 새 이정표가 될, 연방정부 차원의 새로운 시험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덩컨 장관은 이 프로젝트를 '학력평가2.0(Assessments 2.0)'이라고 명명했다. 새 시험은 우선 영어와 수학 과목에 적용된다.

미 교육부는 2014년 가을학기부터 도입될 이번 '학력평가2.0'에 3억3000만달러(약 3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학과 사회생활 준비를 위한 학업평가 연합'(25개 주 연합·1억7000만달러 지원) 및 '현명하고 균형 잡힌 학업평가 컨소시엄'(31개 주 연합·1억6000만달러) 등 두 개의 조직이 구체안을 마련하게 된다. 총 50개 주 중 44개 주(12개 주는 양쪽 컨소시엄 동시 참여)가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교육부는 2014년 양측이 도출한 구체안 중 하나를 선택,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학력평가2.0의 기본 방향은 무엇을 배웠는지가 아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종이가 아닌 컴퓨터를 통해 시험을 치르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문제도 출시된다. 디지털 매체 사용 능력,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을 실생활 속 문제 해결에 얼마나 적용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다. 도형 면적을 계산해 맞는 '숫자'를 고르라고 하는 대신, 가상의 도시를 주고 기하학 지식을 총동원해 공원과 호수를 배치하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컴퓨터로 답안을 제출하면 실시간으로 학생의 수준이 평가되며, 이에 따라 다음 문제 난이도가 다르게 출제된다.

이날 교육부가 예시한 수학 문제. 학생이 문제를 클릭하자 열기구 비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뜬다. 마우스로 다양한 무게의 '가상 물건'을 클릭해 싣는다. 열기구가 천천히 내려간다. 학생은 열기구 고도를 측정하고 풍선의 부피를 기록한다. '문제: 열기구를 띄울 때, 무게와 고도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는 공식을 도출하라.' 제한 시간은 60분이다.

덩컨 장관은 "지난 19개월간 만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사지선다형 시험을 치르기 위한 단순하고 쓸데없는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느라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선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마련된 '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에 의거한 영어·수학 학력평가 시험을 주별로, 학년 말에 1회씩 치르고 있다. 개선안은 주별 시험을 하나로 통합하고, 수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학기 중에 시험을 여러 번 실시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빌 에버스(Evers) 박사는 LA타임스에 "새 시험이 도입되면 학생들은 광범위한 영역의 지식과 다각적 사고를 기르게 될 전망"이라며 "관건은 이처럼 복잡한 시험 문제를 객관적이고 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