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각국 정부는 세금을 풀어서 죽어가던 기업과 은행을 살려놨지만 미국에서만 수십만명이 일자리와 집을 잃었다.
이후 속속 드러난 '월스트리트'의 탐욕은 대중을 분노하게 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1800억달러 구제 금융을 받은 보험회사 AIG가 임직원들에게 1억6000만달러의 보너스 선물을 안기자 미국민의 분노는 폭발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일본계 미국인 로버트 기요사키도 그 중 하나다.
기요사키는 2009년 1월 '부자들의 음모'라는 웹사이트(www.conspiracyoftherich.com)를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원고를 쓰는 중간 중간 내용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사람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기요사키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은행·정부·금융시장을 지배해온 역사를 되짚어 보고 결론을 내린다. "당신이 가난한 이유는 부자들의 음모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민을 가난하게 만든 음모로 네 가지를 든다. 세금·부채·물가상승·퇴직연금이다. 그의 분석 대상은 주로 미국이지만 다른 나라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그의 주장을 보자.
"1974년 미국 의회는 근로자 퇴직소득 보장법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퇴직연금을 주식시장에 무조건 투자하게끔 강제하는 법이다. 결국 수익률이 낮으면서 위험률은 높은 투자상품을 만들어놓고 수수료만 왕창 떼어가는 월스트리트의 사기꾼들에게 국민의 퇴직연금을 몽땅 줘버리는 것과 같다." (59쪽)
하지만 책을 조금만 읽다 보면 기요사키가 말하는 '음모'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비밀회동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경제의 흐름에 둔감한 우리의 무지(無知)이며, 부자들이 그들이 아는 원리를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고 때로는 호도(糊塗)하는 상황이 음모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대정부 시위가 아니라 경제공부다. '부자 아빠'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 기요사키는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읽는 지식, 즉 '금융 I.Q'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달 25만원을 꼬박꼬박 연금저축으로 자동이체하면서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언제 어떻게 돌려받는지 모르는 독자에게는 분명히 섬뜩할 대목이다. "역시 기요사키"라고 말이 나올 만큼 어려운 경제현상을 일반인들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경기가 회복한 뒤 다시 침체하는 현상) 우려로 불안한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일은 중요하다. 재테크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대폭락하고, 화폐는 휴지조각이 되며, 물가가 수천%씩 급등하는 독일식 공황이 미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기요사키의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지난 1년간 미국 경제의 방향은 그의 전망과는 반대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 달러와 재무부 채권이 종이가 되는 상황을 미국 정부가 방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뿐더러, 그런 상황이 오면 미국 국가 자체가 붕괴할 것이다. 이건 기요사키가 논하는 재테크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상황이다.
부자 아빠 시리즈에서 그가 펼쳐온 일관된 주장은 이 책에서 다시 읽어도 설득력이 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월급 많이 받아야 한다는 시각은 사람을 돈의 노예로 만든다" "나를 위해 사업을 하고 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제 독자들은 그가 제시하는 해법에 너무 익숙해졌다. 예를 들어 "빚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라"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춰라"는 주장들은 어떤 재테크 서적에서나 찾을 수 있는 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