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1인당 GDP 상승률이 4위를 기록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일하는 사람들….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그러나 엄격한 인터넷 규제 때문에 매년 '인터넷의 적(敵)'에 오르는 나라…. 조선일보는 이번 주 뉴스위크의 '베스트 국가' 발표를 계기로 지난 1년간 국제기구·민간연구기관·주요언론 등이 발표한 각종 지수 및 세계 순위 100여개를 분석했다. '글로벌 랭킹'(Global Ranking)에서 한국의 평균성적표는?

한국·한국인은 물질적 풍요를 이뤘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팍팍하고 통제된 삶을 사는 '불안한 우등생'으로 비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브랜드위원회 박성화 박사는 "조사기관마다 통계를 집계하는 방식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잡지에서 발표하는 순위는 국가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외국인들은 통상적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긍정적으로, 남·북 분단으로 인한 긴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몸집은 커졌으나, 돕는 데는 인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기구들에 비친 2010년 한국은 단연 '맷집 있는' 나라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한국의 GDP 순위는 15위, OECD가 올해 발표한 2008년 GDP 성장률은 30개 회원국 중 5위다. 유엔이 매년 발간하는 인간개발보고서(HDR) 2010년판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유엔 회원국 중 1970년부터 지금까지 1인당 GDP가 4번째로 많이 오른 나라다.

급속 성장은 그러나 양극화와 편향된 개발이라는 '그늘'을 남겼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계층별 소득수준 격차가 9번째로 큰 나라로 기록돼 있다. 경제 '몸집'에 걸맞지 않게 국제구호나 기부 활동은 아직 기지개 단계다. 미 중앙정보부가 집계한 '2010년 경제 원조국 25'에 한국은 19위로 이름을 올렸다. 유엔 국제구호기금 관리 기구인 '릴리프웹(reliefweb)'이 집계한 '세계 구호기금 상위 20위'에선 한국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베푸는 나라 한국'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가장 오래 공부하는 학생들

한국의 '두뇌'만큼은 어느 분야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매년 각국의 지능지수(IQ)를 취합해 공개하는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린(Lynn) 박사의 명단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IQ는 106. IQ테스트를 실시하는 184개 나라 중 싱가포르(평균 IQ 108)에 이은 2위다. 한국의 지난해 토플 평균 점수는 85점으로 아시아 35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한국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성적은 각각 OECD 1위·2위·7위다. 유엔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에서도 한국의 '교육지수'는 최상위권인 7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학생(15~24세)들은 하루 평균 공부하는 시간이 평균 7시간 50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부하는 청소년'에 올라 있다.

◆여유 있는 삶·품위 있는 죽음과는 거리 멀어

학생들만이 아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 풍요가 삶의 질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예로 한국을 들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국민 중 하나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연간 2305시간을 일한다. 카타르·멕시코·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4위, OECD 국가 중엔 압도적 1위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일하느라 지칠 때면 한국 사람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어라"고 보도할 정도다.

각종 '삶의 질' 지수에서도 한국은 하위권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집계해 발표한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30개 국가 중 25위다. 아일랜드의 생활정보잡지 '인터내셔널 리빙'에 따르면 한국의 2010년 삶의 질은 지난해보다 10단계 하락(42위)했다.

최근 선진국들이 삶의 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죽음의 질' 역시 열악하다.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경제 연구 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집계한 '죽음의 질 지수'에서 한국은 40개 나라 중 최하위권인 32위에 머물렀다. EIU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한국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토록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역시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인터넷 보급률 1위, 표현 자유는…

정보통신 '하드웨어'만큼은 한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인구는 세계 26위지만, 인터넷 사용자 수는 10번째로 많다. 보급률 기준으로는 1위(93%), 인터넷 속도는 일본에 이어서 2위다(미 정보기술혁신재단). 하지만 일부 국제단체들은 한국인들이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인터넷 규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평가한다.

☞각국의 별난 베스트

"임산부 천국은 프랑스, 미식가들의 메카는 스페인, 성형수술 낙원은 브라질…"

뉴스위크는 국가 종합순위와는 별도로 테마별 베스트 국가를 소개했다. 연날리기 최적지로는 인도가 꼽혔다. 지붕 위 연날리기는 인도인들의 일상사다. 국제 최대 연 축제 '마카르 상크란티'가 열리는 1월 14일이면 36개국에서 100만명이 모인다.

프랑스는 임신과 출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배가 불러오면 7개월 유급휴가를 받는다. 의료보험 부담도 적다. 아프면 정부가 가사일을 도울 사람을 보내준다.

노후 생활의 천국은 일본이다. 평균수명이 가장 긴 이 나라는 인구의 5분의 1이 노인들. 넉넉한 연금과 서양에선 보기 어려운 연장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따른다. 경로의 날(9월 21일)을 국경일로 쉰다.

브라질은 국민 1인당 성형수술 비율이 1위다. 성형산업 규모는 150억달러에 이른다. 이 나라의 긴 해변을 찾는 관광객만큼이나 성형수술차 원정오는 고객들이 많다. 정부의 느슨한 규제 덕분에 성형의들은 다양한 실험(?)에 도전한다.

애완견들이 가장 호강하는 나라는 벨기에다. 이곳에서 개는 가족의 일부로 거의 사람대접을 받는다. 식료품가게·식당·운동경기장·기차(대중교통)·음악제까지 '개 출입금지' 팻말은 어디에도 없다.

섹스하기 가장 좋은 나라는 체코. 콘돔회사 듀렉스가 세계인의 성생활을 조사해 본 결과 체코인은 "프랑스인만큼 섹스를 자주 하고 네덜란드인만큼 이른 나이에 성생활을 시작하는데 성병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인만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체코가 최고라는 뜻)

동성애자들의 천국은 네덜란드. 이 나라에서는 굳이 동성애자 권익을 떠들 필요조차 없다. 동성애 커플은 이미 2001년 이성결혼 부부와 같은 법적 권리를 얻었기 때문. 암스테르담의 게이 축제는 "지상에서 가장 뜨거운 파티장"이다.

뉴스위크는 스페인을 식도락의 메카로 꼽으면서 파에야, 푸아그라사탕, 타피오카 같은 음식을 예로 들었고, 화창한 날씨가 가장 오래 지속되는 나라로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추천했다. 또 자동차 여행의 최적지는 남아공인데,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이어지는 장장 1370㎞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말리는 아프리카 음악의 본향이자 음악애호가들의 최고 순례지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