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환율 체제를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관리변동환율제는 미국 달러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통화의 환율을 바구니(바스켓)에 담듯이 모아서 가중 평균해 위안화 환율로 고시(告示)하는 제도다.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를 재개하는 것은 재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1달러당 6.83위안'으로 묶어온 고정환율제(페그제)를 포기하고, 환율 결정에 시장 기능을 일부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위안화 절상을 허용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할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19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서를 통해 "위안화 환율 결정시스템을 개혁하고 환율 변동의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전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고 중국 경제의 회복 기초도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복수통화 바스켓에 의해 환율을 조절하는 체제(관리변동환율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해마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고 있어 고정환율제 포기는 곧 위안화 절상(위안화 환율 하락)으로 이어져 미국 시장 등에 대한 중국의 수출과 무역 흑자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장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절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3~5%가량 소폭의 절상을 점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자국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부상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막고 안정 성장을 위해 위안화 절상(환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 상품 가격이 높아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위안화 절상 시작
이번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예정이었다. 중국 입장에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로 협공을 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시각이다.
중국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켜 수출 감소를 막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이 같은 자국 중심 환율 정책은 국제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유럽이 강도 높게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고, 올 초에는 인도와 브라질까지 가세했다. 중국은 그동안 "해외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해오다 19일 환율 제도 변경을 선언했다.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스스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유로화 약세가 계기 된 듯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 여파로 위안화가 유로화에 대비해 대폭 절상된 지금이 큰 충격 없이 위안화 환율 제도를 정상화할 호기라고 중국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남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위안화는 유로화 대비 15% 이상 절상됐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유로화가 약세가 되고 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위안화 가치도 절상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고정환율제를 풀어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하면 유로화 약세로 인해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절상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유로화 약세로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유럽에서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관리변동환율제 복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체 수출에서 대(對) 유럽연합(EU)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에 달한다. 미국 비중(18.4%)보다도 크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당국이 경제 충격 없이 국제사회의 불만을 해소할 시기를 고심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 부양 목적도
중국은 올해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1%로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정부의 억제 목표선(3%)을 넘어섰다. 또 중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서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환율을 떨어뜨리면 석유·철광석 등의 수입 가격이 낮아져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2007년 11월~2008년 2월 수입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자 월평균 1.35%로 빠르게 위안화 절상을 허용한 바 있다.
위안화 절상은 또한 내년부터 시작되는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1~2015) 기간에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모델 전환을 준비 중인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환율 절상으로 내구성 수입 소비재의 가격이 떨어지면 중산층 이상의 소비 여력이 크게 늘어나 내수시장이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의 관리변동환율제
중국은 2005년 7월 여러 통화의 변화를 가중 평균해서 위안화 환율을 고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발표한 중국의 관리변동환율제는 4개 주요 통화(미 달러화, 유로화, 엔화, 한국 원화)와 7개 기타 통화의 환율 움직임을 가중 평균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환율을 통제했다. 하지만 중국은 2008년 7월 '1달러=6.83위안'으로 환율을 아예 고정시키는 페그(고정)환율제도를 채택했다가 2년 만에 다시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복귀하기로 이번에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