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찬·반 진영은 '멸종위기종 보전'이라는 전선(戰線)에서도 공방이 거세다.
'동전의 양면'처럼 개발에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각종 개발 계획이 나올 때마다 예외 없이 생태계 파괴 논란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4대강 사업은 생태계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한다. 예컨대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친환경사업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4대강 사업은 법정보호종조차 씨를 말리는 반(反)환경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한강종합개발(1986년)과 태화강 준설 사업(2007년) 이후로 오히려 서식 어류와 조류가 늘어나는 등 생태 다양성이 더 풍부해졌다"며 4대강도 생태계가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강에서 1987년 서식했던 어류와 조류는 각각 42종과 39종이었으나 2007년에는 71종과 98종으로 늘었다. 태화강도 어류·조류가 2006년 26종에서 2008년에는 32종까지 늘어났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또 "보호종의 서식지는 최대한 원형을 보전하고,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서식지는 보호종 증식·복원을 통해 개체증식과 대체서식지 등을 조성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에 따른 생태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 동식물 68종 서식
환경부가 2003~2009년에 걸쳐 벌인 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구간에는 수달·삵·재두루미·말똥가리 등 총 68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조류가 45종으로 가장 많고, 파충류 7종, 포유류와 어류 각각 5종, 육상곤충 3종, 육상식물 2종 등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생물은 어류와 식물류다. 조류와 포유류는 그나마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길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어류는 강물을 벗어나 갈 곳이 없고, 식물류는 스스로 서식지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양쑥부쟁이' 논란
4대강 사업의 생태계 논란을 달군 가장 대표적인 생물은 멸종위기종 2급인 '단양쑥부쟁이'다. 단양쑥부쟁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자갈이나 모래터 등 척박한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8~9월에 꽃이 피며 다 자란 높이는 15㎝ 정도다.
이 식물이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며 그중에서도 하필 4대강 공사가 한창인 남한강변에서만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남한강변 서식지가 파괴될 경우 종 자체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단양쑥부쟁이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4대강추진본부는 단양쑥부쟁이의 대규모 군락지에 2중 금줄을 쳐 인위적 훼손을 차단하고, 대규모 군락지인 1만2500㎡는 원형 그대로 보전하기로 결정했다. 또 단양쑥부쟁이를 대규모로 캐내 평강식물원·신구대학식물원·황학산수목원 등 다른 지역의 서식지에 옮겨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논란은 식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긴급 현장조사 결과, 남아있는 단양쑥부쟁이의 군락지가 여전히 파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자생지 일대의 공사를 일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실수했다"며 잘못을 인정한다. 예상했던 서식지 외에서도 자생하던 단양쑥부쟁이가 있었는데, 이를 공사하는 사람들이 잘 구별하지 못해 파헤쳐진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4대강 반대론자인 공주대 정민걸 교수는 "단양쑥부쟁이는 개척자종(척박한 땅에 처음 정착하는 식물)으로,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 매우 취약해 다른 곳에 옮겨심으면 멸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단양쑥부쟁이의 종(種)의 특성상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종류의 생물에 밀려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곳에 이식해 심어보니 잘 자라고 있더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온실 속 화초' 상태가 아니라 자연상태에서 단양쑥부쟁이가 잘 자랄 수 있을지는 적어도 2년 뒤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단양쑥부쟁이의 생육 주기가 2년이기 때문이다.
◆어류 보전은?
생태계 보전 논란은 단양쑥부쟁이뿐 아니라, 특히 어류 보전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낙동강에서만 발견되는 얼룩새코미꾸리는 물 흐름이 빠른 자갈 바닥에 살고, 흰수마자는 금강 본류와 낙동강 지류의 깨끗한 여울에 산다. 이 두 어종은 특히 한반도에만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4대강 준설 과정에서 땅을 깊이 파헤치거나 흙탕물이 계속 유입되면 이런 한반도 고유의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게 반대론자들 주장이다.
이에 정부측도 2008~2009년 4대강 생태계를 조사해, 올 1월부터 4대강 멸종위기 어류 8종의 보호와 개체 수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얼룩새코미꾸리 등 4종을, 국토부는 흰수마자 등 4종을 각각 맡아 보전·증식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친환경적 어도(魚島)를 설치하거나 보전 가치가 높은 습지도 보전해 나가 '친환경적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4대강 사업은 흐르는 강을 거대한 저수지로 만들어 생태계를 심하게 파괴할 것"이라는 반대론자와 "친환경적 사업이어서 생태계 파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정부 전망의 간격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