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통과로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에서 새 사업자가 등장하게 된다. 이들 채널은 앞으로 KBS·MBC·SBS 같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경쟁하며 방송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내 광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적절한 수익 구조를 찾지 못할 경우 표류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수준의 콘텐츠 개발을 위해 그에 맞먹는 제작비를 쏟아부을 만한 여력을 갖춘 사업자를 쉽게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 초기부터 막대한 비용 필요

신규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는 짧은 시간에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면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1991년 출범한 SBS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결국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한 편이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가능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소한 SBS급의 방송이 나와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시청률이 1% 안팎인 일반 PP들과의 차이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8 언론수용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SBS조차 뉴스 영향력은 아직까지 선발사업자인 KBS(31.6%) MBC(21.8%)에 훨씬 못 미치는 3.6%로 나타났다.

현재 KBS와 MBC·SBS 등은 3000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매년 사용하고 있다. 종편 채널은 송출 비용이 들지 않아 비용이 훨씬 적지만, 그렇더라도 최소 1200억~1500억원의 제작비를 매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진입 초기 몇 년은 투자를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5년 동안 1조원의 제작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자본이 아니면 승산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김달진 전문위원은 "종편 채널은 사업적 성공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브랜드 파워를 갖고 문화산업 육성이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널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지상파들이 사용하고 있는 6~12번의 '황금 채널'이나 인접 채널을 확보하면 손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이 경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든다. SO(유선방송사업자)들은 채널 번호의 좋고 나쁨에 따라 소위 '런칭비'를 받는 관행이 있다.

경기인천 지역의 민방사업자인 OBS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서울 대부분 지역의 케이블TV 채널에서 볼 수 없어 인지도를 높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여러 우려가 있지만 종편 채널은 전국 커버리지가 가능하고 보도 기능이 있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참에 케이블 SO들의 런칭비 관행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은 얼마나 성장 가능할까

앞으로 1~2년 안에 각각 1~2개의 종편 채널과 보도 전문 채널이 생길 경우, 이들의 수익 구조를 보전해줄 만큼 광고시장의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제작비는 지상파와 비슷하게 들면서도 광고 수익은 당장 그만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력이 약한 곳들이 진입한다면 백전백패"라며 "그저 편성권이 자유로운 방송 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새 방송 사업자가 나오려면 방송 광고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방송 광고시장이 충분하고 수익 구조가 확보돼야 새로운 콘텐츠 투자와 디지털 투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민영 미디어 렙(광고판매대행사) 제도를 도입하고 중간광고, 간접 광고를 허용해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태 방통위 지상파방송과장은 "광고주들이 다양한 매체 전략을 구사하고, 미디어 렙이 새 광고주를 개발하는 등 경쟁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광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디어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광고주인 기업들의 한해 광고비 집행액(신문·방송 포함)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광고 시장의 성장 여력은 별로 크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머드급 종편 채널 2개와 보도전문 채널이 경쟁자로 나오면 모든 매체가 빈곤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종편이 지상파와 경쟁하기보다 기존 군소 PP들의 광고를 빼앗아 오면서 작은 사업자들을 죽이는 구조가 될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