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제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죄)로 법정에 섰다가 무죄 판결을 받는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배임(背任)죄에 대한 무죄율(1심 기준)이 20%에 육박하면서 "배임죄 존재 자체가 도전을 받는 것 같다(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의 최정예 수사팀인 대검 중수부가 수사한 배임 사건도 무죄가 잇따르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매각했다는 혐의(배임죄)로 법정에 세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중수부는 지난해 7월 한국석유공사 김모(56) 전 해외개발본부장 등 2명에 대해 시추 비용을 허위로 청구해 석유공사에 4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나, 1심에서 2명 모두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최근처럼 경제난이 심각해질 때는 개인 비리가 없는 기업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배임사건 수사가 어려운 것도 무죄 선고가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수사 경험이 많은 A검사는 "배임사건의 피의자가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을 뿐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해선 다른 범죄수사보다 3~4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원에서 배임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하면 경영권 남용을 예방할 수 없고, 이에 따른 소액주주나 직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최근 법원의 판결경향에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