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 1기 합격자들이 입학했다. 이들에게 대학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들은 특기자 전형과 정시모집 일반전형보다 수능성적이 낮았다. 입학 전부터 "서울대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찬 눈초리가 따라다녔다. 이들은 그런 오해가 기우(杞憂)였음을 증명했다. 23일 서울대가 2005년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 581명의 평균 학점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특기자 전형·정시모집 일반전형보다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생활비 직접 벌면서 학과 수석 졸업

26일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는 최란경(여·23)씨는 2005년 입학 당시 수능 성적이 465점(만점 500점)이었다. 동기들의 평균 점수(470~480점)보다 훨씬 낮았다.

그해 처음 도입된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아니었다면 최씨는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최씨는 경남 의령군 의령여고를 졸업했다. 한 학년이 90여명인 작은 학교다.

최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학원 한번 안 다니고 전교 1등을 했다. 인구 9000여명의 의령읍에는 입시학원이 한 곳도 없었다. 가정 형편도 어려웠다. IMF 위기 때 아버지(57)의 사업이 부도났다. 최씨는 고교 시절 밤 까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 한 자루(60㎏)를 까고 8000원씩 벌었다. 최씨는 고교 시절 교사들의 지도를 받아 학생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을 공부했다. 최씨는 의령여고 개교(1966년) 이후 첫 서울대 합격자였다.

최씨는 "솔직히 서울대 입학 당일까지도 영어 원서 끼고 다니는 친구들을 못 따라갈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는 초등학생도 치는 토익(TOEIC), 텝스(TEPS) 같은 영어 시험을 최씨는 대학 입학 때까지 한 번도 안 쳤다. 대학 입학 직후 치른 텝스 시험에서 최씨는 영어 보충수업을 받는 기준인 500점을 간신히 넘겼다. 텝스 성적표가 나온 날, 최씨는 오기로 한 달 생활비 상당 부분을 털어 영어 참고서를 샀다.

최씨는 고학으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과외 3개를 동시에 했다. 월 70만~80만원을 벌어서 35만원은 자취방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비와 책값을 충당했다. 그 와중에도 3학년 때는 과 대표를 했고, 교직 과목도 이수했다. 8학기 가운데 5학기는 장학금을 받았다. 졸업 평점은 4.11점(만점 4.3점)으로, 학과 수석 졸업이다.

최씨는 서울대 국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고대사를 공부할 계획이다. 최씨는 "두 달 전 아버지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으셔서 교사로 진로를 바꿀까 잠시 고민했다"며 "하지만 대학생활에서 배운 대로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서울대 국사학과에 입학한 최란경씨는 오는 26일 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다(왼쪽)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최현주씨는 고교 시절 300시간 동안 봉사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5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부에 입학했다(오른쪽).

"경쟁과 자극이 나를 키워"

최현주(여·23)씨는 2005년 수원 청명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자연대 화학부에 입학했다. 최씨의 무기는 내신 성적과 고교 시절 특수학급 친구들을 도운 300시간의 봉사활동이었다.

최씨는 "대학 입학 이후 1년간 방황했다"고 말했다. 학과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특목고 출신 동기들에게 뒤졌다. 과학고에 입학한 친동생이 대학 학부 2학년 과정인 '분석화학' 교과서를 보는 것을 보고, "특목고 선행학습 수준이 이 정도구나" 하고 절감했다.

자극을 받은 최씨는 2학년 때부터 영어 원서를 반복해서 읽기 시작했다.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간혹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들과는 수준이 안 맞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다. 최씨는 "3학년이 되자 수업을 이해하는 데 특목고 출신과 차이가 없어졌다"고 했다.

최씨는 오는 3월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다. 졸업 평점은 3.52점이다. 최씨는 "서울대에서 워낙 쟁쟁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어디서든 주눅이 들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법을 배운 게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