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및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L씨, 정계 원로인 P씨와 K씨, 박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기업인 C씨 등 4명에게 수억원의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대검중수부 수사팀을 대폭 개편해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기업인 C씨에게는 3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그러나 "뭔가를 바라고 준 돈은 아니다. 큰일 하는 분들이라 호의로 건넸다"며 대가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L·P·K 씨 등에 대한 계좌 추적과 함께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건넸다고 진술한 돈이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는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이 지난달부터 박 회장의 부인과 자녀들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자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주 초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 회장을 거의 매일 소환해 유력 정치인과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에 금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다 귀국한 박 회장의 맏딸(37) 등 박 회장의 가족들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9월 베트남으로 도피한 박 회장의 측근 강모씨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강씨는 박 회장의 자금 수백억원을 자금세탁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하는 데 관여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하는 대가로 농협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법정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