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951년 옛 조선총독부가 소유한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법령 공포를 통해 독도(獨島)를 일본 영토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일본은 자신들이 공포한 이 법령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펴 왔으며 법령의 존재에 대한 은폐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1951년의 일본 법령 2건은 일본 정부 스스로가 독도를 '일본의 부속 도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내는 최초의 자료로서 주목된다. 일본은 우리와는 달리 헌법에서 '일본의 영토'를 따로 명시하는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옛 조선총독부가 소유한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옛 식민지와는 달리 현재(1951년) 일본이 관할하는 섬에서 독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인한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원장 강종희)이 2일 공개한 1951년 2월 13일의 일본 법령 '대장성령 4호'는, '구령(舊令·옛 명령)에 의해 공제조합 등에서 연금을 받는 자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4조 제3항 규정에 기초한 부속 도서는 아래 열거한 도서 이외의 섬을 말한다'고 명기했다. 그 섬이란 무엇이었는가? 그 두 번째 항목에서는 '울릉도, 독도 및 제주도(鬱陵島, 竹の島及び�州島)'라고 명기했다. 이보다 앞선 첫 번째 항목에서는 지금도 러시아 영토인 '치시마(千島) 열도, 하보마이(齒舞) 군도, 시코탄(色丹) 섬'을 들었다. 이 섬들이 '일본의 부속 도서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1951년 6월 6일의 '총리 부령 24호'는 제2조에서 '정령 291호의 규정을 준용하는 경우에는 부속 도서로서는 아래 열거한 도서 이외의 도서를 말한다'고 한 뒤 제3항에 역시 '울릉도, 독도(竹の島) 및 제주도'라고 명시했다.

여기에서 나온 '정령 291호'란 일본이 1949년 8월 1일 공포한 '구(舊) 일본 점령지역에 본점을 둔 회사가 소유한 일본 안에 있는 재산정리에 관한 명령'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정령과 같은 날에 나온 '정령 제291호 시행에 관한 명령'에서는 일본의 영토를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 시코쿠(四國), 규슈(九州)와 소관 부처에서 정한 부속도서'라고 정했지만 '부속도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다. 1951년의 '총리 부령 24호'는 이전까지 애매하게 처리됐던 '일본의 영토인 부속도서'에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가 포함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이 법령의 존재 자체를 숨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 연구센터의 유미림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 한일회담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벌였던 최봉태 변호사의 제보에 의해 이 법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소송에서 이긴 최 변호사가 6만 쪽에 달하는 한일회담 관련 일본 측 문서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문서에 검은 줄로 삭제된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총리 부령'의 존재를 알게 됐던 것이다.

이 법령은 1905년에 독도를 자기들 마음대로 시마네(島根)현에 편입한 뒤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했던 일본의 억지 주장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51년에 일본은 왜 그랬던 것일까?

1945년 8월 15일 광복 직후,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사실은 이미 국제적으로 승인됐다. 그해 9월 일본 도쿄(東京)에 설치된 연합국 최고사령부(GHQ)는 수개월 동안의 조사 끝에 1946년 1월 29일 연합국 최고사령부 지령(SCAPIN) 제677호를 발표했다.

이 지령 3조에서는 일본의 영토에서 제외되는 곳으로 '울릉도와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독도), 제주도'를 명시했다. 이것은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최종 판결한 국제 문서였다.

SCAPIN 제677호에 의해 독도는 한국(당시 미 군정)에 반환됐다.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1952년에 해체될 때까지 독도를 일본 영토로 귀속시킨다는 내용의 지령을 발표한 적이 없을 뿐더러, 1946년 6월 22일의 SCAPIN 제1033호에서는 일명 '맥아더 라인'을 설정해 일본 선박들을 독도의 12해리(약 22.2㎞) 이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유미림 연구원은 "이번에 발굴된 1951년의 법령은 당시 군정 하에 있었던 일본이 이와 같은 연합국의 방침을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의 최종 조약문에서는 일본의 로비에 의해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부분이 빠졌지만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명문 규정 또한 없었기 때문에 이보다 앞선 SCAPIN 제677호가 계속 유효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대장성령 4호'와 '총리 부령 24호'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조약보다 1년 앞서 일본 스스로가 국내법을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청와대에 제출한 '대통령 서면 보고서'에서 "이 법률은 식민지 당시 일본정부 재산으로 되어 있는 조선총독부 교통국 공제조합의 재산 정리에 관한 총리 부령으로… 울릉도·독도·제주도 등을 일본 부속도서에서 제외한 것은 일본이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인정한 조치로 간주할 수 있음"이라고 썼다. 또한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이 허구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