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같은 '도시의 중심'이 서울에는 없습니다. 사무실·호텔·쇼핑·관공서 등 시설이 한곳에 집중된 중심지가 있어야 관광객과 시민들에게도 좋고 도시 경쟁력도 높아집니다."
'사대문 안'이나 '강남'을 전형적인 도시 중심지로 생각하는 서울 사람들에게 싱가포르의 유명 도시계획 전문가 류타이거(70·RSP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사진)씨의 말은 서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류타이거씨는 중국 양저우,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도시 16곳의 개발 계획을 짠 사람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초청으로 지난 11일 방한해 인사동 문화거리와 가회동 한옥마을, 세운상가 재정비촉진구역과 강남 등을 둘러보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14일 조선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서울시는 좀 더 장기적으로 도시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의 계획은 너무 짧은 안목"이라며 여러 가지를 충고했다.
그는 '도시 중심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일단 최적지를 선정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도심 바깥에서 찾아보세요. 만일 도심 안이 불가피하다면 후보지를 다섯 군데쯤 정하고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최하위가 적당한 곳입니다."
디자인을 유난히 중시하는 현재의 서울시 정책에 류타이거씨는 '하드웨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도시 계획자들은 의사·양복 재단사·보석 디자이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의사는 도시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한 체질로 변화시킵니다. 그러면 재단사가 조직적으로 도시 계획 전체를 짜지요. 멋진 디자인을 어디에 놓을지 구상하는 것은 보석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보석에만 매달릴 경우 어깨나 다리에 보석이 달리게 됩니다."
그는 "2020년을 목표로 세워진 서울시의 현재 도시 개발 계획은 짧아도 너무 짧다"며 "최소 2060년이나 2070년을 완성 목표로 세우고, 중간중간 필요에 따라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계획은 100년 앞을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100살이 될 때까지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입니다. 시 정부는 바로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