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는 소리, 문을 닫는 소리, 애완견이 짖는 소리,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세탁기·청소기·골프연습기·운동기구 등을 사용하는 소리, 화장실과 부엌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 등."(주택법 시행령 57조1항이 규정한 '층간 소음')
대한민국의 주거 형태 중 아파트는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현재 예정된 재건축·재개발만 다 끝나도 서울시민의 80%가 아파트에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분쟁 요소 중의 하나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층간(層間) 소음'이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DCDR·소장 김태기)는 최근 웹진 '분쟁해결포럼' 제62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의 책임과 해법은?〉을 기고한 전형준 연구교수(환경갈등팀)는 최근 자신의 과목을 수강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상체험을 하게 했다. 층간 소음에 대한 상황을 제시하고 조별로 아랫집·윗집으로 나눠 행동을 취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갈등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이 생겨났다.
①회피형―대충 인터폰 받고 모면해야지
"시끄럽다고요? 예, 예~ 알았어요." 아래층에서 온 인터폰을 받고도 대충 대답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②수용형―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용히 할게요."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의 욕구에 대해 더 큰 배려를 하는 사람들이다. 비교적 초기에 갈등이 해결된다.
③경쟁형―너나 조용히 사세요
"뭐가 시끄럽다는 거예요! 절간에 가서 살지." 현실에서 손톱만큼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정에까지 갈 수 있다.
④타협형―함께 손잡고 해결해요
"저희 잘못입니다." "아니에요. 같이 사는데 저희도 일부는 부담을…." 자신과 타인 모두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윗집과 아랫집이 함께 비용을 내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경우다.
⑤협조형―우리끼리 싸울 일이 아니었네
"자, 문제의 근본을 찬찬히 따져보자구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 해결방법을 추구하는데, 이 유형의 학생들은 "층간 소음의 책임을 윗집 대신에 시공사에 물어야 한다"고 합의했다.
전 교수는 "층간 소음 문제는 어느 특정한 상황에 대한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이 걸어 다녀도 비슷한 소리가 날 수 있고 ▲늦거나 이른 시간이라 해도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지 않을 수는 없으며 ▲두세 층 위에서 생긴 소음이 벽을 타고 내려올 경우엔 바로 위층 역시 억울한 피해자다.
그렇다면? 전 교수의 잠정 결론은 "이웃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섯 번째 유형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책임을 일부라도 시공사에게 물어야, 시공사로서는 좀 더 비싼 재료와 공법으로 소음이 적은 아파트를 지을 동기유발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