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을 배경으로 펼 쳐지는 연극《술집》

주인공 햄릿이 연락 끊고 '잠수'를 탔다. 《햄릿》 연습은 깨졌다. 배우들은 술집에서 비틀거린다. 재미난 추억들로 공연을 잠시 잊다가도 욕하고 술주정하고 토하고 또 저희들끼리 싸운다. 대학로 술집을 돌며 30년간 껌을 판 할머니, 풀팅(포스터 붙이는 일)도 잠깐 등장한다. 무대는 영락없이 술집 같고, 관객은 배우들의 극장 밖 삶을 들여다본다. '주인공의 실종'이 준 선물이다.

연극 《술집》(위성신 작·연출)의 부제는 〈돌아오지 않는 햄릿〉이다. 주인공 햄릿도, 연출가도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햄릿이 안 나오는 《햄릿》을 공연해보자"는 제안을 놓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서글프다. "그래 난 마누라 월급으로 먹고산다" "예술을 할래도 돈이 있어야지, 대본 씹어 먹고 사냐?" 같은 연극배우의 살림살이를 들추기 때문이다.

그들과 술잔이라도 나눈 기분이다. 객석 반응은 좋았다. 이온미, 김광식 등의 가수 오디션 장면, "봉지 애끼지 마~"로 기억되는 아줌마 등 1인 다역 연기도 그렇지만 감정의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대는 이야기들이 솔직하다. 하지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뒷부분이 좀 늘어지고, 주석의 출연 결정도 마무리에 대한 강박 같아 갑작스럽다. 무대에서 마시는 소주는 맹물이고 맥주는 진짜라고 한다. 관객이 실종되다시피 한 연극이 대부분인 대학로에서 《술집》은 관객이 붙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대신 "세수를 하느냐 마느냐…"로 패러디하는 등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이다. 배우들을 위해 건배!

▶23일까지 대학로 아리랑소극장. 12월 17일부터는 나온씨어터에서 공연. (02)3676-3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