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인 공무원 정필경(42·기장군청 마라톤 동호회)씨는 '철(鐵)의 여인'이다. 그녀의 왼쪽 다리에는 뼈를 지지해 주는 철심이 16개 박혀 있다. 내리막에서 체중을 지탱해주는 발목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다리로 42.195㎞를 완주했다. 기록은 3시간22분30초.
1999년 그녀가 몰던 차는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정면충돌했다. "원래 암벽타기, 수영 같은 운동을 좋아했어요. 그날도 휴일이라 수영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온몸이 부러져 1년간은 병상에 누워 꼼짝 할 수 없었다. 겨우 걷게 됐을 때 먼저 생각난 것은 가족, 그리고 운동이었다. 아무도 권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마라톤이 끌렸다. 가족들은 뜯어 말렸다. "남편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운동을 못하게 하면 제가 더 까칠해 지는 걸 아니까. 호호."
처음에는 10㎞ 코스에 도전했다. "10㎞ 정도는 만만하게 봤는데 얼마나 힘들던지. 다시 병원 신세를 질 뻔 했어요." 그렇게 시작해 이번 춘천마라톤까지 풀코스를 6번 뛰었다. 지난 8월에는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도 도전해 13시간27분에 완주하기도 했다. 통원치료를 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그녀에게 철심을 빼내는 수술을 권하고 있다. "이번 마라톤만 끝나고 수술해야지"하고 미룬 게 한참 지났다. 수술을 하고 나면 몇 달 동안은 마라톤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뛰고 나면 발목이 붓고 아프지만 완주할 때 성취감은 끝내줘요. 사고 때문에 힘들었지만 마라톤으로 재기한 셈이죠. 앞으로도 즐겁게 달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