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여경(女警)을 사칭해 2006년부터 경기 북부와 강원도 지역 군 간부들에게 접근, "결혼하자"고 속여 돈을 받고 달아난 혐의로 현직 경찰관 부인 윤모(37)씨를 16일 구속했다. 본지 17일자 A10면 보도
윤씨는 간호사로 일하다 경기 북부 일선 경찰서의 경관과 결혼했다. 둘 사이에는 중1,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딸이 있다. 경장인 남편을 만난 후 몇 년 전부터 윤씨는 우울증을 앓게 됐다. 야근이 잦은 남편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증세였다. "야간 당직 다음날 남편이 갈아입을 옷을 들고 경찰서에 가면 왠지 모를 박탈감을 느꼈어요. 두 아이도 위안이 되지 않았지요. 나도 한번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즈음부터 했어요."(윤씨의 경찰 진술서 중)
윤씨의 삶은 남편의 상관이던 A(여·30) 경감을 만난 뒤부터 변했다. 그의 당당한 모습에 반한 윤씨는 인터넷을 통해 경찰 정복과 흉장, 계급장을 사들였다. 남편 신분증을 몰래 컬러 복사한 뒤 자기 사진을 붙였다. 윤씨는 올 2월부터 집을 나서 본격적으로 경찰 행세를 했다. 군 간부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010-○○'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안 뒤 번호 뒷자리를 무작위로 골라 '어제 당직근무 했는데 피곤하다'는 등 엉뚱한 문자메시지를 수십 건 보낸 뒤 답장을 기다린 것이다.
윤씨의 예상처럼 군 간부들은 '혹시 문자를 잘못 보내신 것 아니냐'고 답장을 보내왔다. 윤씨는 "서울 ○○경찰서에 근무하는 여경 경감인데 실수했다"며 자연스럽게 군인들에게 접근해갔다.
수사 관계자들이 말하는 윤씨는 키 160~163㎝가량에 호리호리한 몸매로 어깨까지 생머리를 늘어뜨린 다소 평범한 외모다. 하지만 인상이 단아하고, 나긋나긋하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특히 매력적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윤씨는 올 3월부터 8월까지 경기도 양주시의 김모(35) 상사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5070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챘다. 지난 2월부터 강원도 양구군의 이모(31) 대위에게 50만원대의 최신 휴대전화를 선물받고 전화요금 한 달치(22만원)까지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강원도 철원 군부대의 정모(28) 대위에게 "결혼하자"고 속여 최근까지 동거했고 패물 명목으로 귀걸이·팔찌 등 귀금속 300만원어치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3명 모두 연하였다. 윤씨는 군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신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내게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친해진 군인들의 부대 근처에 들러 "지나던 길인데 생각나 연락했다"며 남자들을 불렀다. 경관 생활을 잘 아는 윤씨는 "긴장하는 생활에 지쳤다"고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군인들과 성관계를 맺었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수갑을 자기 차 조수석에 놓고 슬쩍 보여주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윤씨는 허술한 면도 있었다. 위조한 신분증에는 자기 사진과 자기 이름을 넣었지만, 그 밑의 영문은 남편 이름 그대로였다.
우울증을 앓던 윤씨는 군인들을 농락하며 활기차고 대담해졌다. 렉스턴 SUV를 몰았고 경찰 차림으로 시내를 활보했다. 지구대에 들어가 "○○서 경감인데 전화를 써야겠다"며 군 부대에 전화를 걸고 팩스까지 보냈다. 윤씨는 "군인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 나가 술을 마신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이달 초 강원도 철원의 정 대위 관사에서 체포됐다. 자신이 사칭한 A 경감의 사무실로 윤씨를 찾는 전화가 수차례 걸려와 덜미가 잡힌 것이다. 윤씨는 "2006년부터 20명의 군 간부와 시기에 따라 동시에 2~3명을 만났다"고 진술했지만, 대부분의 피해 군인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