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내놓은 방송통신정책의 하이라이트는 '경쟁 촉진'이다. 경쟁 촉발로 투자 증가와 서비스 개선에다가 요금까지 내려가는 선순환 구조를 겨냥한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을 다음달부터 도입하고, 와이브로(WiBro·이동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서비스)에 음성통화 서비스를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도 유·무선 통신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인터넷 전화시장에 번호이동성 부여

당장 다음달부터 인터넷 전화에 대한 번호이동성(기존 집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인터넷 전화 가입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이 시작되면, 가입자 2300만명에 7조원 규모에 이르는 가정용 전화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인터넷 전화란 초고속인터넷 망을 이용한 전화로 '070'으로 시작되는 게 대표적이다.

인터넷 전화는 기본료와 통화료가 기존 집 전화에 비해 저렴한 게 매력이다. 시내외 통화 요금 구분이 없고 국제전화 요금도 집전화보다 싸다. 인터넷 국제전화 요금은 현재 1분당 50원 안팎이며, 가입자끼리 통화료는 무료다.

이 전화에 대한 번호이동성을 허용한다는 것은,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더라도 앞자리 '070'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725-××××' 집 전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동안 앞자리 '070'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줘 인터넷전화 확산이 어려웠으나, 그런 장애물이 제거되는 셈이다.

정부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허용을 계기로 유선통신시장에서 경쟁이 촉발돼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LG데이콤·하나로텔레콤·KT 등 11개사이며, 전체 가입자는 150만명 수준이다.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검토

와이브로는 시속 120㎞ 이상으로 움직이는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이동형 무선 인터넷 서비스다. 해외에 로열티를 내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과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의 토종 IT 기술이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 중이다. 방통위는 이 와이브로에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010과 같은 번호를 줄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음성통화가 허용되면 와이브로 기존 및 신규 사업자는 SK텔레콤·KTF·LG텔레콤에 이어 '제4의 이동통신사'가 되는 셈이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SK텔레콤이 독점 사용 중인 800㎒ 주파수를 회수해 신규·후발사업자에 배분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800㎒대 주파수는 KTF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고주파 대역에 비해 주파수 효율이 훨씬 뛰어나다.

방송통신산업에서도 '한류 바람'

방송통신산업에 대한 경쟁 촉진을 위해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나왔다. 휴대폰·반도체 등 IT 산업이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것처럼 방송통신산업도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 방통위는 "외국과의 공동제작 활성화 등을 통해 '방통 한류'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CNN이나 영국의 BBC 등이 자국의 경계를 벗어나 방송 사업을 하듯이, 국내 방송 업체들도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분야에선 국내 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가 미국과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의 국가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는 중국가나에서 본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와이브로 및 DMB 서비스 진출 유망 국가를 대상으로 장관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유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방송통신사업자가 해외에 진출할 때 중소장비업체가 공동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12년 여수엑스포 같은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 행사에서 한국의 첨단 방송통신 서비스를 적극 선보이겠다고 방통위는 밝혔다.